2019. 1. 21. 23:59ㆍ에세이 하루한편
도저히 집중이 안 된 하루였다. 집중력이란 집중력은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잠을 설친 탓일까? 입천장도 붓고 목이 부은 것 같았다. 머리도 무거웠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데. 낮잠을 잔 뒤 우체국에 갈 겸 외출을 했다. 산책도 했다. 찬바람을 쐐도 머리가 맑아지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 커피를 마셔야 하나. 네 시가 넘었으니 카페에서 내리는 진한 커피를 마시기엔 부담이어서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를 샀다. 고카페인은 너무 무서우니 커피 우유로 샀다. 걸으면서 찬 음료를 마시니 머리가 조금 깨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선 책을 읽자, 뭐라도 하자. 다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지만, 또다시 원점이었다.
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카페에 가서 억지로 책을 읽었어야 했나. 뭘 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사라져서 그런지 시간을 버리는 기분이었다. 도저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으아! 집은 이제 집중할 수 없는 곳일까. 맨날 카페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머리야 집중하란 말이야. 하지만 손은 핸드폰을 놓지 않았다. 계속 인터넷 세계를 떠돌았다. 오랜만에 미니멀리스트 카페에도 들어가고 동영상도 찾아보고. 넷플릭스에서 미니멀리즘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30분 정도 봤다. 나도 싹 비우고 버리고 싶다. 으아, 차근차근 버리지 말고 모조리 확, 싹 버리고 싶다.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오두막을 짓고 살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이 잠깐씩 스쳤다.
지금 난 커다란 고개를 넘었다. 독립 출판을 마무리했고 공모전도 몇 개 참가했다. 여행 작가 계약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할머니 일이 그렇다. 언젠가 할머니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가리란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었다. 일이 착착 진행된 것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일이든 갑자기 벌어지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죽음이나 결혼 소식, 예상치 못한 일들이 그렇게 찾아온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조금 더 잘 받아들이고 싶다고. 씩씩하진 않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똑바로 바라보고 싶다고. 연습 중이다. 이 시간도 다 과정이겠지.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말자. 자연스럽게 변해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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