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짓을 하기 위해서

2019. 1. 30. 23:30에세이 하루한편


떠나지 않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제주도 한 달 여행을 떠나기 전이 그랬다. 이렇게 살다간 후회만 남겠다 싶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제주도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제주 여행은 가야 되니까 참아야지, 그때까지만 버티자고 수없이 되뇌었다. 그렇게 여행이 간절한 적은 없었다.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새로운 일, 돌파구,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할 뭔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노력과 다르게 일이 잘 안 풀리던 때였고 다시 힘을 낼 의지가 없던 때였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여행으로 날 달랜 거였다. 일상에 익숙해진 지금,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굳은 의지 같은 건 없지만 준비는 되어있다. 언제든 떠날 준비. 물리적 준비가 아닌 마음의 준비.

왜 떠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항상 마음속 어딘가에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 말하겠다. 우리는 남들이 알아채지 못한 것들을 준비하곤 하니까. 티를 내도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고, 남몰래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을 때도 있고. 하지만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보여줄 땐, ‘갑자기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일들 말이다. 나에겐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갑자기 떠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왜 이렇게 난 어딘가로 가고 싶을까. 어쩌면 내가 현실 부적응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것도 많고 고민할 것도 많은 이 현실을 자꾸만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현실은 같다는 걸 알지만.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안 해본 일을 하게 된다. 이상한 짓을 마구 하기 시작하는 거다. , 이상한 짓을 할 힘을 주는구나. 여행지에서 돌아온 지 4개월 뒤,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다른 이상한 짓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발바닥에 불나듯 돌아다닐 예정이다. 그래서 얼마 전, 싱가포르 여행에 지원했다. 여행 앱 트리플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라로 떠나는 기회가 생기길. 그 힘으로 다시 뭔가를 할 수 있기를. 그때까지 난 열심히 글을 쓰고 맡은 일을 성실히 해야겠다.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게.

http://bit.ly/2HnTv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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