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루도 있네

2019. 1. 31. 23:59에세이 하루한편


낮잠을 30분만 자려는 걸 3시간을 자버렸다. 어제 그제 피곤이 쌓여서 그랬는지 무거운 눈과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어젯밤처럼 자다 깨다 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꿈을 꿨다. 베란다에서 뭔가를 가져오는 장면이랑(이불 널어놓은 걸 가져오는 것 같았다), 앞으로 써야 할 글을 노트북 자판으로 탁탁 두드리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장면이 지나가면서도 계속 일어나야지, 인제 그만 자야지, 생각했지만 생각 따로 몸 따로였다. 시계를 보니 4시였다. 오늘 하루는 망했군. 최근에 이렇게 오래 낮잠을 잔 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자고 나니 개운했다. 스트레칭도 했다. 요가를 안 하니 몸이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 하루를 이렇게 보내다니. 어쩐지 한 달의 마지막 날은 이런 식으로 보내는 것 같다. 예상보다 잠을 너무 많이 자버린다거나 집중이 너무 안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미 시간은 이만큼 지나갔다. 좀 있으면 해가 뉘엿뉘엿 질 테고. 잠깐 생각에 빠졌다. 남은 하루를 어떤 식으로 마무리하고 싶은가. 선택을 내리자.

1번. 낮잠을 너무 많이 잤지만 그만큼 집중을 잘해서 책 반 권을 뚝딱 읽고 여행기 글도 썼던 하루였지.

2번. 낮잠을 너무 많이 자버려서 아쉬웠지만 쉬는 김에 푹 쉬었던 하루였지. 아주 개운했어.

 

2번을 선택했다. 이렇게 살다간 내 인생 파탄 나는 거 아닌지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 하루니까. 생각했다. 내일은 바짝 집중해서 또 열심히 하는 거야. 소심해서 여행기에 쓸 사진을 정리한 뒤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저녁때가 되자 허기를 느껴 작은 양푼에 밥이랑 각종 나물, 고추장, 참기름, 참깨를 넣어 비볐다. 그리고 컴퓨터 앞으로 가져와 먹으면서 봤다. 그렇게 계속 보다가 씻고 블로그에 올릴 이 글을 쓴다. 이런 하루였다. 소심해서 하루를 쉬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렇다고 생각만큼 불안하지도 않았다(백수 천성인가). 언제가 됐든 하루쯤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시간을 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다음 일정이 남았다. 낮잠을 많이 잤으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특별히 선정한 영화를 볼 거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불면증에 딱 좋을 것 같아 특별히 때를 기다렸다. 오늘 쉰만큼 내일 하루를 잘 보내리라 약속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영화를 다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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