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5. 23:59ㆍ에세이 하루한편
요코하마에 다녀온 B에게 텀블러 선물을 받았다. 내가 사다 달라고 부탁한 거지만. 킨토(KINTO)텀블러다. 데이 오프 텀블러(DAY OFF TUMBLER).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손잡이까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용량은 500 ml. 마침 기존에 쓰던 텀블러가 뚜껑에서 내용물이 줄줄 샜던 참이었다. 색상은 흰색이다. 아이보리색, 크림색에 더 가깝다.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는 나는 텀블러처럼 유용한 물건이 또 없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에. 포장한 상자를 뜯어보고 텀블러를 살펴봤다. 몸통 중앙에 둥글게 두른 흰색 종이에 뭔가 적혀있었다.
‘Relax, go wherever.’
느긋하게, 어디든 가.
내 가방 속에서 어딜 가든 나와 함께하는 물건은 책, 수첩, 필기구, 노트북, 그리고 텀블러다. 그중에서 텀블러는 정말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와 함께 하는 물건이다. 산이든 바다든 도서관이든 영화관이든. 문장을 계속 곱씹었다. 어디든 가라는 말, 거기에 ‘느긋하게’가 붙었다. 단순히 여행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타투로 새기고 싶을 만큼 계속 마음에 지니고 싶은 말이었다. 어딜 가든지 느긋하게 가라고. 어떤 길이든지 천천히, 차분하게. 그리고 느긋하게. 성공에 있어서, 꿈에 있어서 성격이 급한 나는 좀 느긋해질 필요가 있었다. 쉽사리 될 일이었으면 누구나 작곡가가 되고 작가가 되고 예술가가 됐겠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지키면서. 문구 하나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어떤 곳이든 이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가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느긋하게, 나만의 속도로 가야 한다. 그럼 언젠간 가닿겠지.
)
(킨토 텀블러와 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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