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어디 있어, 내가 만드는 거지

2019. 1. 24. 23:57에세이 하루한편


차나 커피를 한잔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돈을 벌지는 않고 쓰기만 하는 게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라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야 했다. 카페를 가더라도 할 것들을 잔뜩 들고 가야만 마음이 편했다. 써야 할 글, 읽어야 할 책, 적어야 할 노트 등을. 차 한 잔의 여유보단 목적이 있어야 가는 곳이 카페였다. 말차나 비엔나커피가 당겼지만 오늘은 참자. 나를 달랬다. 어지러운 느낌도 있어서 좀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뒤 산책을 했다. 한 시간을 걸었다. 허기가 밀려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난 언제까지 자리를 못 잡고 이렇게 사는 걸까. , 또 이 생각이 문제였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생각도 든다. 나 하나 책임진 다음에 고양이 한 마리까지 책임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지. 계속 이렇게 산다면 고양이는 꿈도 못 꿀 것 같아서다. 아주 먼 미래 같다. 그래도 자취를 포기할 순 없다. 예전부터 생각했으니 이번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야 한다. 독립한다면 다시 아르바이트도 시작할 거다. 한 번 갈 카페를 두 번 갈 수 있도록.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한 번쯤은 고민 없이 먹을 수 있게. 글도 열심히 쓸 거다. 그래, 그럼 언젠간 길이 보일 거야.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그렇게 애써 마무리한다. 한 번 생각하면 끝이 없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막연히 생각했던 내 20대 후반의 모습을 떠올린다. 지금과 상당히 많이 다른 나다. 중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명확했던 나였으니 지금쯤이면 수월하게 음악 일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꾸준히 했다면 그럴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보단 안정적일 거라 생각했다. 일명 자리를 잡고. 하지만 아니다. 자리는커녕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무턱대고 책을 한 권 내고선 글을 쓰겠다고 하다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대와 예상을 뒤엎는 이야기가 펼쳐질까. 모두 내가 겪을 이야기, 내가 써 내려갈 이야기다. 미리 알 수 없으니 직접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밖엔 답이 없다. 그게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은 일이다. 미래의 나에게 덜 미안하게끔 사는 거. 그렇게 살아보자. 살아보는 수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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