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이 꿈 쪽으로

2019. 2. 14. 23:44에세이 하루한편


일주일 전, 도서관에서백화점이라는 책을 빌렸다. 소설가의 사물을 쓴 조경란 작가의 책이다. 소설가의 사물을 읽은 기억이 좋아서 후후후의 숲도 읽고백화점까지 눈에 들어온 거다. 잠이 안 오던 어느 날 밤, 책장을 넘겼다. 백화점이라. 백화점과 얽힌 기억이 이렇게 많은 건지 꽤 두툼했다. , 이렇게 쓰려면 얼마나 걸렸을까. 짧은 생각이 스치면서 한 장을 넘기자 회색 면지에 쓰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의 삶이 꿈쪽으로!

작가의 글씨체로 쓰인 글이었다. 밑에는 날짜도 적혀있었다. 20115월 조경란. 8년 전에 쓰였을 까만 펜 자국을 눈으로 따라갔다.

반갑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이런 말도 아니라 당신의 삶이 꿈 쪽으로, 라니. 이렇게 짧고 굵으면서 인상 깊은 말이 또 있을까. 힘내라는 말보다, 응원한다는 말보다 더 강하게 와닿았다. 누군가 내 꿈을 응원해주는 느낌이랄까. 글이 살아있는 것 같았다. 핸드폰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가끔 꺼내 보며 이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였다. . 내 꿈은 뭐지. 꿈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어렸을 땐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작곡가, 라고 대답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단순하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면 되는 거겠지.

그럼 내 꿈은 한가하게 사는 거다. 너무 바쁘게 말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쓰며 살았으면 좋겠다. 단편 소설 한 편 정도는 젊은 작가 수상작품 집에 실렸으면 좋겠고, 단편소설 집 한 권 정도는 냈으면 좋겠다. 에세이는 여러 권. 고양이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고 그 기록은 꼭 남기고 싶다. 또 여기저기 세상을 돌아다니며 글을 쓰고 싶다. 일본에서 한 달, 아이슬란드에서 또 한 달, 프랑스에서 한 달. 이런 식으로. 어떤 글이든 상관없다. 사실 꼭 글, 음악이 아니어도 되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들로 내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만 벌면서 살고 싶다. 이게 진짜 내 꿈이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진짜 꿈 맞네, 이런 생각이 든다. 꽤 멀어 보이고 닿지 않을 것 같고. 그래도 내 삶이 꿈 쪽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한 사람의 글이 있으니 조금 위로가 된다. 그래서일까 사진첩을 보다가 찍어둔 문구를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핸드폰을 하면서 계속 보려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위에 적어둔 것 중 하나는 이루는 날이 오겠지. 노력하다 보면 정말 삶이 꿈 쪽으로 가까워지려나. 잘 모르겠지만 시도해봐서 나쁠 것 없으니 오늘도 글을 쓴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와,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도 삶이 꿈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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