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아르바이트 1일 차-오전의 공기가 이런 거군요

2019. 2. 26. 22:38에세이 하루한편

 

대학교 구내서점 문은 닫혀있었다. 9시부터 출근이라 그랬는데.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채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철이 연착돼서 아직 가는 중이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 아르바이트하긴 하는구나. 복도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1초 동안 고민을 하다 다시 정신을 차렸던걸. 새벽 3시 반까지 잠이 안 와서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잤으니 잠이 간절했다. 그러니 굳게 닫힌 문을 보고선 다시 한번 의심이 싹튼 거다. 나 진짜 일 하나? 한다! 하는 거지? 그다음에 든 생각은 쌀쌀한 아침 공기에 어깨를 움츠려 걸으며 본 풍경이다. 희미하게 밝은 태양 빛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이라던가 한산한 대학가의 풍경이라던가. 반년 넘게 보지 않았던 아침의 모습이라 새로웠다. 같은 층 근처 편의점에선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음악 소리가 내가 있는 복도 끝까지 울렸다.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일은 자잘하게 많았다. 주 업무인 계산 일을 배우기도 전에 입고한 책들을 하나하나 입력하는 작업을 했다. 거래처 출판사별로 들어온 책 부수와 총 수량, 가격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오늘 하루만 100~200권 정도 들어왔던 것 같다. 손이 책 먼지에 건조해지는 걸 느낄 찰나 계산하는 법을 배웠다. 문구류와 대학교 굿즈까지 같이 파는 서점이어서 바코드로 등록되지 않은 것들과 등록된 것들이 뭔지 외워야 했다. 또 할인되는 도서품목과 환불이 불가한 것들에 대해서도. 머리가 정신없었다면 몸이 정신없을 차례였다. 책 포장 상자와 노끈을 모았다. 노끈은 둘둘 말아 포댓자루에 모았고, 상자는 찢어진 것과 멀쩡한 것을 분류해서 정리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학생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매대에 깔아 놓은 다양한 책 표지에 학과, 수업 이름, 교수님 이름, 가격을 적은 종이를 붙였다. 아직 개강 전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 계산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가지 일을 반복한 뒤 퇴근. 주로 서 있어서 다리가 아프고 쪼그려서 노끈을 매느라 힘이 들었지만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느낌이 좋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언니는 알바 끝나면 뭐 할 거예요, 같이 카운터 업무를 보는 동생이 퇴근길을 같이 나서며 물었다. 할 게 아주 많아요. 난 말했다. 번 돈 쓰러 다녀야죠. 서울을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하는 생활을 할 거라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입맛이 없었지만, 왠지 괜찮았다. 오늘 하루, 몸을 쓰며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