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아르바이트 2일 차-돈 버는 일에 적응 중

2019. 2. 28. 23:47에세이 하루한편


어제와 같은 일을 그대로 다시 했다. 거래처인 출판사에서 들어온 책들을 정리하고(매입이라 한다.) 흩어진 상자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노끈을 묶어놓는 작업을 했다. 어제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했으니 시간이 더 빨리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허리는 쑤시고 다리는 욱신거렸다. 잠깐잠깐 앉아서 쉬었으나 몸을 쓰는 일을 갑자기 시작한 셈이라 몸이 놀란 것 같았다. 매대엔 어제보다 더 많은 책이 깔렸고 내 키만큼 쌓였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3월 중순경이면 이 많은 책이 다 팔린단다. 내가 계산할 일이라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말없이 노끈을 묶고 상자를 뜯어 펼쳐놓으며 생각했다. 돈 버는 건 힘든데 쓰는 건 왜 이리 쉬울까. 난 오늘까지 얼마를 번 거지. 퇴근. 어제보다 한 시간 덜 일 했는데도 더 피곤했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으며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나만의 휴식이었다. 그러다 눈이 잘 안 보여서 눈을 부릅떴지만 잘 떠지지 않았다. 너무 졸려서 그랬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10시에 잠들었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일어났다. 하루가 더 짧았다. 너무 짧아서 생각할 시간도 수첩에 뭔가를 적어 볼 여유도 없었다. 잠에 깬 김에 내 시간을 가져야겠다 싶어서 책을 읽고 플래너를 들춰봤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팟캐스트를 켜놓고 자다가 몇 번 깬 뒤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니까 내 세상이 좁아지는 느낌이야. 언젠가 B가 말했다. 그렇지. 나도 그랬어. 한 달이 아니라 매일 이렇게 산다면 난 또 어딘가로 도망을 칠 거야. 짧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은 점 하나를 꼽자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데 쓸 시간이 없다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밥을 먹고 옷을 챙겨 입고 바로 나가야 하니까.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시간에 끌려가는 느낌으로 산지 이틀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