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처럼 살고 싶은데요

2019. 3. 25. 23:58에세이 하루한편


잇몸이 부었다. 어제부터 슬그머니 부어오르는 잇몸은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 헐어버린 잇몸 위에 동그랗게 또 하나가 생겼다. 약 오르지! 하며 날 놀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편도가 부은 듯하다. 목 뒤쪽과 안쪽 어디쯤이 불편하고 머리가 띵한 이 느낌은, 편도염이다. 몸이 피곤한가. 뭘 했다고 피곤하지. 오늘은 잘 못 자긴 했지만, 어제는 정말 잘 잤는데. 알다가도 모를 내 몸이다. 내 편도에 대해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피곤하면 목부터 아픈 나는, 편도가 자주 붓는다. 근데 예상치도 못할 때 아픈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무리했거나 피곤한 할 때 몸살 기운이 느껴지거나 감기가 오는 것과는 다르다. 다짜고짜 아프다. 그냥 붓는다. 그럼 나는 내가 뭘 어쨌지? 나 그동안 뭐했지? 이렇게 곱씹어보게 되는 거다.

병원에 가서 입을 벌리고 내 편도를 보여주면 의사 선생님은 대부분 많이 부었네요, 약을 드릴게요.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어떨 때는 너무 많이 부어서 엉덩이에 주사를 맞기도 했다. 그땐 이렇게 말했다. 지금 환자분이 젊으니까 망정이지, 어르신들이 이 정도로 부었으면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땡땡하게 부은 편도를 들썩거리며 네, 라고 대답하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왜 이렇게 목이 자주 붓는 거냐며 물어봤다. 주로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좀 스트레스에 취약하긴 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 오히려 편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걸요. 내일까지 아프면 병원에 가려고 한다. 대부분 편도나 잇몸이나 며칠 쉬고 나면 서서히 가라앉는 게 느껴지니까 내일까지만 지켜봐야지.

될 대로 대라는 식으로 살고 싶으면 편도처럼 살면 되려나. 그런 생각으로 여기까지 글을 적었다고 하면 난 이상한 사람인걸까. 붓고 싶을 때 붓고 가라앉고 싶을 때 가라앉는 이상한 편도. 그럼 뭔가를 하고 싶을 때만 하고 안 하고 싶을 땐 안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가끔은 그렇게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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