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2019. 4. 1. 23:15에세이 하루한편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 만약 다시 일하게 된다면 한동안 여행을 못 갈 테니 어디든 다녀오라고 부추기는 B의 말에 마음이 들떴다. 그래, 사실 그건 그렇지. 여름휴가를 받기 전까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가진 못할 텐데. 저번 주 목요일부터 여행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간다면 어딜 가야 하나 생각하고 나니 벌써 월요일이 돼버렸다. 서점에서 책을 들추고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결국은 제주로 정하긴 했지만, 진전이 없다. 시간은 가고 있고 난 이 붕 뜬 기간을 잘 보내고 싶은데. 한 편으론 알차게 보내긴 뭘 보내, 그냥 시간 가는 대로 흘려버려! 하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엉덩이가 무거워 진 건지 숙소를 결정하고 목적지를 정하는 게 피곤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그런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신기한 일 하나가 생겼다. 두산백과에서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두피디아 사이트 메인에 내 여행기가 떡하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이 일도 저번 주 목요일, 여행기 담당자에게서 온 메일을 확인하고 난 뒤에 알게 됐다. 4월 첫째 주부터 둘째 주까지 메인에 내 여행기가 걸릴 테니 원본 사진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다. 오호, 메인이라고? 내가 여행기를 쓸 줄, 그것도 두산백과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 여행기를 올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던 일이다. 제주 여행을 갈 때만 해도 블로그나 내가 만들 책에 들어갈(수도 있는)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지 여행기를 쓸 줄은 몰랐다. 사이트에 떡하니 자리 잡은 모습을 보는 것도.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많이 생기는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내 인생에 대해.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불안과 의심이 찾아올 때면 물 위에 몸을 맡기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내 모습을 상상을 하곤 한다. 둥둥, 물이 가는대로 흘러가는 내 몸을.

지금 이 시기도 그렇다. 어디론가 가고 있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둥둥. 어떤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거다. 그러니 너무 힘을 줘선 안 된다. 물에 빠져 허우적댈 수 있으며 짠 바닷물을 잔뜩 먹을 수 있으니. 코에 물이 들어가 매울 수도 있다. 몸에 힘을 풀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둥둥. 어디론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그럼, 나도 모르는 어느 지점에 닿아있을 거다.   

섬 속의 섬 우도편에 올렸던 사진. 검멀레 해수욕장이다.

   둥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