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커피를 또 마시면 사람이 아닙니다

2019. 3. 30. 23:54에세이 하루한편


커피를 또 마셨다. 마시지 않기로 수백 번 다짐하지만 수백 번 깨지고야 마는 약속을 어기고서. 오랜만에 약속이 있어 외출했고, 카페에 가서 자연스레 고른 음료는 커피다. 매번 카페인에 당하고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나는 또 커피를 마셔버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내가 커피를 마신 이유는 이거다. 첫째,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기분을 내려고. 둘째, 졸린 기운을 떨치고 싶어서. 셋째, 그냥. 내 변명을 늘어놓자면 이렇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카페에 글을 쓰러 간 게 아니라 수다를 떨러 간 것이기 때문에 기분을 좀 내고 싶었다. 오늘이 특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면 평소엔 잘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므로 커피를 골랐다. 그리고 마셨다. 아이스라테로. 가끔 커피가 맛있을 때가 있으므로 오늘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루에 100잔 판매한다는 글귀를 봐서 그런 건 아니다(맞다).

강력한 카페인 때문에 졸음은 단번에 없어졌다. 금세 신호가 와 화장실에 다녀왔고 카페인 효과가 시작됐다. 속이 안 좋아지고 어지럽다. 목이 타며 물이 몹시 마시고 싶어진다. 그리고 기운이 없어진다. 속이 니글거리고 손이 떨릴 것 같이 힘이 없을 땐 뭔가를 먹어야 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언 몸을 녹였다. 조금 쉰 다음에 시리얼을 먹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커피를 또 먹었을까. 기분전환은 개뿔. 힘들어 죽겠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이제는 정말, 안 마시는 수밖에. 그렇다. 이 글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을 주저리주저리 적은 거다. 그러나 다시는 커피를 안마시겠다고 말할 순 없고(워낙 우유부단하다), 4월 한 달 동안 안마시겠다고 선포한다. 커피 우유까지 일절 안 먹겠다고. ,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그래도 이 공간에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적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호기롭게 외쳐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마신 아이스라테 사진을 올리며 글을 마쳐 볼까나. 마지막 커피 사진이다. 하하.

한 달 동안 안녕이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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