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토크가 아닌 근황 주저리

2019. 4. 2. 23:43에세이 하루한편


1. 쉬는 거 전문인데요, 손목 건초염이요?

서점 일을 하면서 욱신거리던 손목엔 문제가 생긴 게 맞았다. 무리한 것도 맞고. 일하면서 불편하던 손목은 2주가 지나도 나을 생각이 없었다.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어제 정형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진료를 받았다. 건초염. 진단명은 건초염이다. 선생님은 내 손을 여기저기 눌러보고 만져보며 통증이 있는지 확인했다. 엄지손가락과 손목에 통증이 있다고 미리 말해두었으니 엄지부터 시작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때요, 여기는, 여기까지는 괜찮고. 엄지를 앞으로 건드려 손바닥 쪽으로 가까이 당겨도, 뒤로 젖혀도 괜찮았다. 엄지에서 손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누르니 통증이 있었다. 아주 살짝. 손목도 똑같이 뒤로 젖혀보고 앞으로 당겨보고 했지만 괜찮았다. 이 정도면 심하진 않네요, 선생님이 말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더니,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 우리 손에는 뼈 사이로 수많은 혈관이 지나간단 말이죠. 손을 이렇게만 해도 수많은 혈관이 움직인단 말이에요. 선생님이 엄지손가락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근데 환자분이 통증이 있었던 이유는 이 혈관이 너무 많이 일하면 염증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욱신거리고 뻐근하고 이런 느낌이 드는 거죠. 이걸 건초염이라고 하는데, 심하진 않아요. 살짝만 젖혀도 아프다고 하는 환자분들도 있거든요. 방법은 푹 쉬어주는 거예요. 좀 쉬세요. 그리고 온찜질 자주 해주시고 물리치료 받으셔도 되고요. 약 처방해드릴까요, 어떻게 할까요. 3일 치 약을 처방 받았다. 분명 집에서는 더 아팠는데 왜 항상 병원에 가서 선생님이 확인차 누를 때면 덜 아픈 것 같지. 내가 엄살이 심한가. 핸드폰을 안 가져가서 심심했던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물리치료를 받았다.

좀 쉬세요. 쉬라는 말이 반가웠다. , 저 안 그래도 쉬려고요. 제주도에 갈까 해요. 손목 뿐만 아니라 몸도 좀 쉬어야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상상을 했지만 막상 결정한 건 아무것도 없다. , 난 쉬는 거 전문인데 왜 이러지. 계획 없이 쉬는 게 좋아서 그런가. , 몰라. 제대로 쉬자. 그냥 쉬어! 쉬자고!

 

2. 인간늘보

잠자는 게 너무 좋다. 왜 사람은 겨울잠을 안자는 걸까. 겨울잠은 둘째 치고 방학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학생이 아니라고 방학을 뺏어가는 건 무슨 논리인가. 봄방학, 여름방학, 가을 방학, 겨울방학. 이렇게 계절에 한 번씩은 방학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어른에게도. 다 똑같이 피곤한데 어른이나 어린이나 무슨 상관이지. 며칠이라도 방학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럼 푹 쉴 수 있잖아. 건초염이 생길 일도 없고. 봄이 돼서 그런지 항상 나른하다. 그래서 방학 타령 좀 해봤다. 계속 졸려서 오늘도 낮잠을 잤다. 9시간을 자도 낮에 또 잠이 오는구나. , 나도 게으르네. 잠을 도대체 몇 시간 자는 거야. 난 나무늘보로 태어나야 했는데그래서 내가 나무늘보를 좋아하지. 난 게으른 게 좋아. 그렇게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30분 잤는데도 한 시간 잔 것처럼 깨어나기 힘들었다. 곧 있으면 밤잠에 들 생각을 하니 좋다. 인간늘보, 여기 있다.

요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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