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친구

2019. 4. 7. 23:57에세이 하루한편


벚꽃이 만개했지만, 일교차는 10도 이상 차이 나는 나날, 완연한 봄이라 부르기엔 아직도 겉옷을 하나 더 껴입게 만드는 날씨였다. 한가로운 일요일인 오늘은 여행기 콘텐츠 <오래오래 가게나!> 취재 겸 답사를 위해 두 군데에 다녀왔다. 마포구 만리동 고개 근처 성우 이용원과 이대 앞 가미 분식이다. 서울에 있는 오래된 가게를 직접 방문하고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여행기에 쓸 내용이기도 하고. 콘텐츠를 최대한 뽑아내려고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지만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작가로 글 쓰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내가 90년이 넘은 이발소를 언제 와볼 생각을 했을까. 회사 사람들과 회식하러 간 가미 분식에 콘텐츠를 뽑으러 다시 방문하리라는 것도.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 참 재밌다. 어딘가 깜찍한 구석이 있달까.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고료는 적고 시간 대비 보수가 적지만. 내가 쓴 글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고 기회를 잡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경험을 얻게 될 거다. 판단도 설 테고. 인생의 깜찍한 면을 더 보고 싶으니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도록 한다. 잘 관찰하면서. 지금 나의 상태,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 내 생각들, 내 주변을. 그리고 기록할 거다. 어떤 형태로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인생은 나에게 또 말을 걸어줄 거다. 아마 이건 몰랐지? 약 오르지? 이건 재밌지? 거봐, 별거 아니잖아. 이런 식이지 않을까. 언젠가 또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보고 느끼고 쓰는 하루를 보내리라 다짐하면서.

아마 이건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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