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도 됩니까?

2019. 4. 8. 23:58에세이 하루한편

  

J는 날 보고 이렇게 말했다.

언니는 잘될 것 같아. 눈빛을 보면 그게 보여.”

그래? 눈빛이 어떤데?” 밥을 먹다 대뜸 말하는 J의 말에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 있어. 글 쓰는 사람들만의 눈빛이 있어. 이거 봐봐, 내가 W 작가님이랑 같이 찍은 사진 있는데 이거 보면 뭔지 알 거야.”

J는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거리는지 손가락을 몇 번 움직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내 눈앞으로 핸드폰 액정을 보여줬다. 사진 속에선 어색하게 웃고 있는 J와 젊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최근 W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면서 강연이 끝난 후 사인을 받고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젊었고,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는 점에서 놀랐다. 쌍꺼풀이 그윽하게 자리 잡은 눈 때문이었을까, 한 번 봤음에도 선이 굵고 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눈빛, 눈빛에선 진중함이 보였다. 진지해 보이기도 하고. 나에게도 저런 느낌이 난다는 뜻인 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J는 또 한 번 말했다.

언니는 유명해질 것 같아.” 나는 고마워, 하며 괜히 시선을 벽에 붙어있는 사진에 두었다. 아니야, 그럴 일 없어, 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지 난 유명해질 거야, 라고 말하기도 그랬으니 고맙다는 대답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어색한 웃음이 내 입에 걸려있었다. 유명해진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유명해지는 것 말고 내 책이 그랬으면 좋겠다고는 해봤지만. 예전에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작곡 공부를 대학교를 다닐 때 사촌언니는 내 손에 끼어있는 반지를 보고 나서 내 손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딱 피아노 칠 손이네.” 피아노를 치는 대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지금, 난 생각한다. 그림을 그렸다고 하면 그림을 그릴 손이라고 할 것이며, 뜨개질을 한다고 하면 뜨개질을 할 손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J의 선견지명은 진짜이길 바라는 나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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