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사람

2019. 4. 17. 23:55에세이 하루한편


 

오늘은 책 반납일이다. 도서관에 가서 서가를 구경했다. 다 읽지 못했지만, 또 다른 책을 고르고 싶었다. 책 네 권과 노트북, 충전기, 마우스, 수첩이 든 가방을 1인용 소파에 올려두고 서가를 구경했다. 산책하듯이 천천히 훑어봤다. 무슨 책을 빌릴까. 도서관에선 항상 의외의 책을 선택한다. 미리 정해둔 책이 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그날 상태에 따라, 그때의 내 마음에 따라 다르다. 수만 권의 책 중 몇 권이 나에게 눈빛을 보낸다. 나를 한 번 꺼내 봐. 표지를 보고 첫 장을 넘겨봐. 후루룩 훑어봐. 그렇게 서가에서 은밀한 조우가 계속된다. , 내가 찾던 거야. 이걸 읽어야겠어. 책이 나와 통하는 순간이 온다. 오늘은 피에르 쌍소의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와 바버라 애버크롬비의 작가의 시작이렇게 두 권을 빌렸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저번에 빌렸다가 다 읽지 못한 책이기 때문에 다시 빌렸다. 오늘도 나에게 말을 걸었다.

책을 골랐으니 글을 써볼까. 책 두 권을 창문턱에 놓아두고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펼쳤다. 여행기를 적었다. 오키나와 여행에 대한 글이다. 글이란 건 써도, 써도 쉽지 않구나. 작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턱턱 막히는 글 속에서 간신히 길을 찾아 나섰다. 월요일에 첫 번째 편을 쓰고 나니 그다음은 훨씬 수월했다. 그렇게 책상도 없는 소파 의자에 앉아 글을 썼다. 다리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채로. 시간이 지나자 허리가 욱신거리고 꼬리뼈 쪽이 쿡쿡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 이제 가야겠다. 배까지 고팠다. 도서관에 올 때는 버스를 탔지만 갈 때는 걷는다. 20분을 걸어 집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졸음이 가득한 채로 저녁을 먹고 유튜브를 보며 쉬다가 다시 글을 쓴다. 다른 글. 성격이 또 다른 세계의 글을. 어제 하루 글을 쓰지 않았다고 이렇게 어려울 일이냐. 깜빡거리는 하이퍼링크를 보며 투덜거리게 된다.

매일 쓰는 사람이 되자. 어떤 상황에 놓여도 그 사실이 날 지킬 거다.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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