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글쟁이님

2019. 4. 15. 23:55에세이 하루한편


아침을 먹으며 오늘 할 일을 수첩에 적었다. 오늘 할 일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소심한 책방에 우체국 택배 보내기, 둘째는 <대학 내일> 잡지에 투고할 원고 메일 보내기. 셋째는 도서에서 여행기 쓰기다. 해야 할 일 앞에는 네모를 하나씩 그려 넣었다. 계획을 다 지키면 네모 안에 체크 표시를 하면 된다. 네모 세 개에 빨간 펜으로 체크 표시를 했다. 할 일을 다 했다. 오랜만이다. 나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하루를 돌이켜 본다. 매월 15일은 정산의 날이다. 4월 교통비와 통신비가 빠진다. 딴짓을 하다 핸드폰을 보니 돈이 쑥 빠져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출금이란 글자만 남긴 내용을 보니 마치 돈을 뺏긴 기분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알람이 울렸다. 이번엔 원고료 입금이다. 출금과 비슷한 금액으로 다시 돈이 들어와 있었다. .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구나. 그리고 곧바로 따라오는 생각은 이거다. 원고료를 더 받고 싶다. 내가 글 써서 생활하는 글쟁이란 걸 느낄 수 있게.

집에 돌아오니 좋은 생각에서 보낸 택배가 와있었다. 뜯어보니 좋은 생각 5월호와 작가의 말이 적혀있는 노트다. 엽서 한 장도 함께 왔다.

좋은 님! 창간 27주년 기념 14회 생활문예 대상에 소중한 이야기를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생활문예 대상에는 총 3,330편의 글이 응모되었습니다. 모든 분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지 못해 아쉽습니다. 엽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내 힘으로 쓰고 고쳤던 글은 아쉽게 수상작으로 뽑히지 못했다. 난 그동안 할머니를 간호하며 느꼈던 불행에 대해 썼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 내가 썼던 글 중에 가장 솔직했던 것 같아 쓰면서도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난다. 글을 쓴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 마음에, 감정에 이름을 붙여 정리하는 행위. 언어를 반듯하게 갈고 닦아 정렬하는 시간. 난 언제까지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쟁이 지망생 중 어중이떠중이로 남게 될까 아니면 지금보다 나은 상태가 될까. 글을 쓰는 건 좋은 취미라도 남길 거니 마음을 좀 편하게 가져도 될까.

나는 더 잘 써야겠다. 잘 쓰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게 쓰다보면 언젠가 글쟁이가 되어있으려나. 그러려나.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글쟁이로 산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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