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카페를 찾습니다

2019. 4. 18. 23:04에세이 하루한편


카페는 적당한 소음 때문에 집중하기에 좋은 곳이다. 소음에 섞여 뭔가를 쓰고 고치기 위해 카페에 간다. 분위기에 따라 몰아치듯 집중할 때가 있지만 와장창 깨질 때도 있다. 오늘 처음 가본 카페는 후자였다. 얼마 전에 봤던 드라마 주제곡이 나와서 자꾸만 따라 부르게 되는 걸 의식할 찰나 이 나왔다. 머리가 띵, 으로 시작하는 후렴이 중독적인 힙합곡인데, 정말 머리가 띵할 뻔했다. 강렬한 음악에 집중이 깨져버렸으니. 글쓰기 좋은 카페란 뭘까. 그동안 카페를 뻔질나게 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조합해보기로 했다.

 

첫째로 조명이 어둡지 않아야 한다. 분위기를 위해서 실내조명을 어둡게 하는 카페가 있는데 그 안에서 글을 쓰다 보면 눈이 빠질 것 같다. 어둑한 실내에 핀 조명 하나가 비추는 공간에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다. 내 방 형광등 불빛이 그리워진다. 어두운 건 불편하다. 수다 떨러 갈 때와 글을 쓰러 갈 때의 카페는 확연히 차이 난다. 오히려 이야기하러 갈 때는 어둑한 게 좋다. 그다음으론 음악이다. 앞서 말했듯이 가사 있는 노래가 나오면 안 된다. 최신 힙합이나 정통 발라드, 멜로디를 따라 부르게 만드는 음악도 안 된다. 띵 같은 노래 말이다. 나는 힙합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글을 쓸 땐 아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 좋다. 재즈나 엠비언트 사운드 같은. 영화 속에 나오는 오리지널 스코어도 좋다.

 

화장실은 깨끗해야 하며 카페 내부에 있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고 음료를 빠르게 후루룩 들이켜는 나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인데, 외부에 있다면 들락날락하는 게 귀찮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너무 더럽거나 후미진 곳에 있다면 카페가 아무리 좋아도 가지 않게 된다. 음료가 먹을 만 해야 한다. 집에서 하자니, 집중도 안 되고 졸리니 주섬주섬 카페로 향하는 건데 돈 내고 먹는 음료가 맛없으면 집중하고자 하는 의지가 와르르 무너진다. 이 돈이면 뭘 사 먹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딴생각이 든다. 맛이 평균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다음으론 의자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여행기를 쓰던 여행기를 사이트에 올리던, 잡지에 투고할 글을 쓰던, 소설 습작을 쓰던 작업을 하다 보면 3시간은 훌쩍 지나기 때문에 딱딱하거나 미끄러운 의자에 오래 앉을 수 없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보기에 예쁜 의자는 사용감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의자는 편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카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작업실을 구해서 원하는 음악을 틀고(집에 있을 땐 음악을 틀지 않고 글을 쓰지만) 먹고 싶은 차를 마시며 작업을 하는 게 빠를 것 같다. 하지만 작업실을 구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에 카페를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예전에 책을 읽다 그 책을 쓴 작가가 주로 간다는 카페를 나도 한 번 가본 적 있다. 작가가 묘사한 대로 엠비언트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장님은 무뚝뚝해서 손님 응대에 큰 신경을 안 쓴다. 사람들은 대부분 노트북 자판으로 뭔가를 적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명이 온 사람들은 독서실처럼 소곤소곤 속삭이며 말했다.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싶었는데 집과 가까웠다면 자주 갈 것 같다. 엄숙한 분위기가 좋았다. 신기한 건 그 작가를 카페에서 만났다는 점인데, 용기가 없는 나는 말 한마디 붙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한 뒤 사진을 보며 그 사람 맞지? 맞네, 맞는 거지? 계속 갸우뚱하기만 했다.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했고.

 

어쨌든 글쓰기 좋은 카페를 찾는 여정은 계속된다. 나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찾아 책 한권을 뚝딱 쓰고 싶다. 어디 이런 카페 없을까.         


  그나저나 커피를 안 마시니 맨날 아이스 초코라테만 먹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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