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여행 중이니까

2019. 5. 13. 23:55에세이 하루한편

일요일 오후엔 엄마와 함께 신촌을 갔다. 난 보고 싶은 책이 있어 홍익문고에 들리기 위함이었고 엄마는 다이소를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날씨는 한여름 같았다. 갈증이 나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가던 도중 문화의 거리에 플리마켓이 열린 걸 봤다. 엄마, 이것 좀 봐. 오늘 말이라 행사 하나 봐. 일자로 마주보며 나란히 줄을 선 가게엔 사람이 북적였다. 공정무역 차, 바나나를 파는 단체와 본인이 만든 각종 액세서리, 과자,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어머, 이게 다 뭐야. 우리는 구경을 시작했다. 엄마는 신기한 게 많은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팔찌며 머리끈이며 다 직접 만들었다는 판매자의 말을 듣고 엄마는 아유 재주도 좋으시네, 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시원한 음료까지 먹으며 돌아다니니 소풍을 나온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제품을 구경하던 중 눈에 띄는 팔찌가 있었다. 옆에는 원석의 뜻이 적혀있었다. 커넬리언. 여행자의 돌. ‘여행자의 돌이라는 문구에 사로잡혔다. 갈색 줄에 주황색 돌 하나가 박혀있었다. 원석의 색이나 느낌보다 뜻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말에는 힘이 있군. 괜히 신비로워 보이고 말이야. 조금 더 구경하다가 그래도 사고 싶으면 사자고 마음을 먹은 뒤 자리를 떴다. 모자의 가격을 묻고 뱅쇼와 구운 고구마 시식을 해도 팔찌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행자의 돌. 내 안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판단력을 높여줍니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인생은 여행이며 나는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사야 할 타당성을 이미 머릿속에 내린 뒤였다. 내가 팔찌 이야기를 꺼내자 엄마는 여행자의 돌을 나에게 사주고 싶다며 다시 그리고 가자고 했다.

커넬리언으로 만든 여러 개의 팔찌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엄마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학업 운과 건강 운이 있다는 인도마노를 선택했다. 엄마는 팔찌를 선물하며 나에게 말했다. 왠지 너한테 사주고 싶더라고. 여행 작가로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길 바라. 시끄럽고 복잡한 거리에서도 그 말만큼은 선명히 들렸다. 고마워요. 내가 대답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내 오른쪽 손목엔 팔찌를 차고 있다. 어제 처음 찬 이후로 빼지 않았다. 씻을 때나 잘 때나 밥을 먹을 때나, 언제나. 물끄러미 여행자의 돌을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왕 시작한 여행을 잘 해봐야겠어.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두려움보단 용기를 내야겠어. 이상하게 마음이 벅차오르는 걸 느낀다.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그러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많은 걸 느끼고 열심히 쓰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거다.

내 커넬리언과 엄마의 인도마노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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