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몽

2019. 5. 17. 23:52에세이 하루한편

이틀 동안 틈만 나면 잠을 잤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게 내 일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약 기운에 스르르 졸음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빨리 낫기 위해선 푹 쉬어야 한다고, 잠을 자야 한다고 느끼기도 전에 이미 매트리스 위에 내 몸을 뉘고 있는 거였다. 고양이처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잠자리에 들었다. 꿈속에서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어떤 기억들을 마주했고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잠에서 깨어나면 방금 일어난 어떤 일은 이미 겪었던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고, 다가올 어떤 일은 꿈속에서 일어난 일 같았다. 시간이 뒤죽박죽된 기분이었다. 몽롱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간을 확인했다.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짧은 소설집을 읽다 이런 건 어떻게 쓰는 건가 생각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또다시 밤이다.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모르는 꿈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꿈에서 꿈을 꾸고 현실은 어디인지 모르겠는 곳으로. 무슨 일이든 일어나도 괜찮은 곳으로. 어쩐지 소설과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거다.


 

'에세이 하루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요일인데, 비까지 오잖아요  (0) 2019.05.19
일상이를 찾았어요  (0) 2019.05.18
오늘처럼 살기  (0) 2019.05.14
나는 언제나 여행 중이니까  (0) 2019.05.13
알약이 준 두 가지 깨달음  (0) 2019.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