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를 찾았어요

2019. 5. 18. 23:33에세이 하루한편

 

다른 데는 다 괜찮아졌는데 아직도 코가 막히고 기침이 나요. 내 목 상태를 보더니, 의사는 염증이 살짝 남아있네요, 하고 말하더니 완전히 나을 때까지 약을 더 먹는 게 좋겠다며 3일 치 약을 처방해주었다. 따뜻한 거 많이 드시고, 찬바람 쐬지 마시고요. . 언제 다시 오라는 말이 없었으니 약만 잘 먹으면 감기는 떨어져 나갈 것이 분명했다. 약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열이 내리고 근육통이 없으니 살 것 같았다. 일주일 전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 코 막힘과 기침은 불편한 것도 아니지. 드디어 몸이 나아지고 있어! 두툼한 약봉지를 보며 세 번의 이비인후과 내원과 두 번의 내과 내원, 다섯 번의 약 처방을 받았다는 걸 떠올리니 내 몸뚱아리가 가엾게 느껴졌다. 그동안 여기저기 아프랴, 병균과 싸워 이겨내랴 고생 많았구나. 알약을 억지로 삼킨 목구멍아, 너도 애썼다. 이제 막바지다, 막바지. 힘을 내자.

점심을 먹고 여행기를 쓰러 카페에 갔다. 방심은 금물이니 마스크를 하고 갔다. 글을 어떻게 적을 건지 큰 주제를 분류하고 사진을 정리하고 정보를 찾으며 글을 썼다. 노트북 사용자용 1인 좌석이 많아서 그런지 집중이 꽤 잘 됐다. 세 시간 동안 앉아있다가 초고를 마무리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카페를 나서니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몇 시간 전까지는 분명 흐렸었는데. 햇볕을 쏟아내며 살랑이는 나뭇잎 아래를 걸었다. 후덥지근했다.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후 다섯 시. 날씨 탓인지 모든 사람이 생기 있어 보였다. 공원에 난 꽃과 풀은 생동감 있게 피어있었고 흐르는 인공 시냇물 소리가 듣기 좋았다. 이 모든 걸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내 일상. 내가 살아가던 시간을 지금, 생생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되찾은 거다. 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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