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2018. 7. 30. 16:16글쓰기 우당탕탕/나는야 독서쟁이






모리 히로시를 아세요?라고 물어보면 열에 한 명이나 그렇다,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 소개 된 책이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다 읽은 후 느낀 것은 '이 사람, 대단한 사람인데?'였다. 아마 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이라면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한 번 읽어보시라!



모리 히로시는 누굴까? 


  그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아예 읽지도 않고 국어 성적이 제일 저조했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뭘 쓰는 일에는 도통 취미가 없었다. 계기가 된 것은 1995년 여름, 그의 나이 서른일곱 일때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이 "굉장히 재밌어, 아빠" 하며 보여 준 미스터리 소설을 무심코 빌려 읽게 된 후 "이 정도가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일본 소설계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미스터리로서의 논리성이 보이지 않아서 실망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이 미스터리다!'라고 할 만한 소설을 딸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써 보자고 결심한다. 때마침 그가 (1) 연구의 최전선에서 한발 물러서야만 하는 나이였고 (2) 넓고 쾌적한 주거지를 손에 넣은 후 서재에서 책상과 마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3) 취미 용품을 구입할 용돈이 필요해졌다, 는 것도 이런 결심에 한 몫 하게 된다. 취미 용품을 구입할 용돈이 필요해서 저녁시간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비슷한 일이 뭘까 궁리하다가 소설 쓰기를 택했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긴가? 나에게 작가란 특별한 사람이었다.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선 소설가는 더더욱. '될 사람은 된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간과 여유가 많아지고, 취미 용품이 필요하니 아르바이트를 할 일이 없을까? 하고 찾은게 소설쓰기였다는 것이다. 물론 취미가 넓은 마당에 철도 모형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작가, 시작부터가 특이하다. 데뷔 할 때는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 작가로서 글 쓸 시간이 저녁 3시간 뿐이었다고 한다. 그냥 쓴다고 했는데, 열심히도 썼다. 2004년에는 27권의 책을 발표했다.  

 

모리 히로시의 작품과 수익


  1995년부터 꾸준히 썼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흘렀고, 데뷔 20년이 되었다. 데뷔 후 20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작가의 수지』를 탈고하는 시점까지 그가 쓴 책은 278권, 총 판매 부수는 1,400만 부, 이 책들로 벌어들인 돈은 한화로 약 155억원이다. 각종 해설과 추천사, 영상화에 따른 부가 수입까지 합치면 모리 히로시의 수입은 200억 원이 훌쩍 넘을 듯 하다. 1년에 10억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본업(대학 조교수로서의 강의)이 아니라 부업(소설가로서의 글쓰기)으로 말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 작가는 자신의 수입을 낱낱이 공개한다. 인세와 책의 판매 부수, 많이 팔리는 책의 종류(단행본, 문고본, 노벨스판), 글을 써서 얻는 수익 이외의 잡수익 등등. 이렇게까지 솔직한 작가가 또 있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모리 히로시가 생각하는 슬럼프와 작가의 특질


  글쓰기를 취미로 시작했다지만 20년이나 썼으니 그동안 슬럼프에 빠지진 않았을까 궁금했다. 그는 슬럼프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작가로 살다 보면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고 한다. 나는 그런 걱정을 해 본 적이 없고 슬럼프를 겪어 본 적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소설 집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밥벌이니까 마지못해 쓰고 있을 뿐이다.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 일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남들한테 자랑할 만한 직업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아하니까 쓴다는 사람은 열정이 식었을 때 슬럼프에 빠진다. 자랑할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받으면 의욕을 잃는다. 그러니까 그런 감정적 동기만으로 버티면 언젠가 감정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이외의 직업, 아니 어떤 직업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놓고 '보람'이니 '꿈'이니 하는 환상을 품는 젊은이가 많다. 그것은 그런 이미지를 심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인데, 현실 사회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환상일 뿐이다.


  그는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써야하니까 썼다, 라고 말한다. 슬럼프는 감정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작가라는 직업의 특질에 대해서 쓴 글도 같은 맥락이다.


(중략) 그러나 오리지널 작품을 만든다(창작한다)는 것은 '노동'만으로 평가받는 행위가 아니다. 이 점이 중요하다. 글자만 쓰면 되는 작업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옮기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글을 써도 비난받는다. 새로움이 없으면 안 된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절찬해 주는 사람이 열 명쯤 있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혹평을 하더라도 수천 명, 수만 명의 대중이 지갑을 열 만한 매력이 개개의 작품마다 필요하다. 이는 구체적인 노하우로서 이 책에 소개할 수 없는 점이기도 하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재능'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러나 나는 재능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어느 쪽이냐 하면 '사고력'이나 '발상력'에 가까운 것이다. 그것도 재능 아닌가, 하고 말할지 모르지만, 재능이 없으면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하며 착상이 떠오를 때까지 오로지 기다리면 된다. 스포츠나 음악이나 연극이라면 이렇게는 안 되겠지만 글쓰기라면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글쓰기 자체는 본래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아니므로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또한 작가는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시간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재능이 필요해 보이는 직업인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다. 안쓸 수가 없다. 『매일 아침 써봤니?』에선 매일 아침 쓰라고 하지만, 모리 히로시는 매일 저녁에 썼다. 둘의 공통점은 어쨌든 매일매일 썼다는 점이다. 매일 썼더니 돈을 벌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산증인이 두명이나 생겼다. 

 

모리 히로시가 쓴 『작가의 수지』후기  


  거대한 대중을 상대하는 비즈니스이므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성립할 수가 없다. 인정받지 못해도 자기가 믿는 것을 계속 만들어 나가라, 라는 모순된 이야기를 지금 나는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장르에서나 그렇지만, 결국 얼마간의 자기모순을 품고 있는 것은 성공의 조건이기도 하다. 성공은 컴퓨터처럼 완벽한 논리에 기초한 계산으로 산출되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찾는 '재능'이라는 말도 그런 자기모순의 추진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설가가 되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라는 기존의 노하우에 미혹돼서는 안 된다. 여하튼 자기 작품을 쓰면된다. 기법이야 아무렴 상관없다.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감을 믿을 것.


  늘 자유로울 것.


  한때라도 좋으니 자기가 가진 논리를 믿고


  '올바름'과 '아름다움'을 향해 전진할 것.


  그리고,


  좌우지간 자신에게 '근면함'을 강제할 것.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이정도가 전부다.


  최적의 전투를!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어쨌든 써야겠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 특별한 동기나 이유는 없지만 그냥 쓰고 싶으니까 쓸거다. 그게 모리 히로시가 나에게 해 준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하고싶다. 우리 같이 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