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 말고 글 밥

2018. 11. 5. 23:34글쓰기 우당탕탕



  오전에 산책하러 다녀오고 나서 계속 집에 있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나쁘다기에 옷장 속 잠들어있던 마스크를 꺼내 귀에 걸고 걸었다. 온도가 오르면 공기가 탁하고 날씨가 추우면 공기는 맑지만 몸이 힘들고. 험난한 겨울이 다가오려나 보다. 먼지가 덕지덕지 묻었을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았다. 왜 매일 집중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질까. 산만한 오후가 반복된다. 요즘 자주 붓는 편도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으슬으슬 추웠다. 붓고 가라앉는 걸 반복하는지 몸 상태도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를 반복했다. 차가운 걸 먹자니 몸이 춥고 뜨거운 걸 먹자니 목에 안 좋은 이 상황. 녹차를 내리기로 했다. 어제 남은 케이크를 좀 먹고 하자. 차를 마시니 몸이 금세 훈훈해졌다. 여과기 필터를 못 쓰게 됐다. 촘촘한 틈에 찻잎이 다 꼈는지 잘 우려지지 않는다. 세면대가 막힌 것처럼 아주 천천히 내려간다. 주전자와 거름망을 사야겠다.

  차를 한 잔 마셨으니 자, 오늘은 무엇을 쓸까. 할까 말까 망설였던 여행기 공모전에 낼 이야기를 쓰자. 목차도 만들어놨지만, 손을 대지 않았더랬다. 한 편에 사진 20장과 글 1,500자를 적어야 하는데 시리즈로 적으면, 조회 수와 좋아요가 많으면 가산점을 받는다고 했다. 16일까지니 얼른 적어야 했다. 난 제주 한 달 이야기를 적기로 했다. 첫 번째 편을 적었다. 글을 적고 사진을 분류하고 표지 사진을 편집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네 시간이나. , 밥도 못 먹고 이게 무슨 일이람. 9시쯤에 참치 김치볶음밥을 뚝딱 만들었다. 오늘은 드라마를 봐야 하는 날이니 보면서 밥을 먹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조회 수는 2. 왠지 이번 공모전도 그른 것 같다. 며칠 전에 다른 공모전에서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느낌이 영 안 좋다. 독자 투고한 잡지사에서도 연락이 없고. 어떻게 된 게 난 공모전에 한 번도 된 적이 없다. 곡을 만들어서 냈을 때도 그렇고. 내 인생에 그런 날이 오기나 하려나. 모르겠다. , 남은 시리즈를 적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공모전에 당선되면 여행 작가로 계약할 기회를 주는데, (물론 회사에서 검토한 뒤 결과를 통보하는 거지만) 사실 난 그걸 바라고 있다. 이곳에선 처음 털어놓지만 난 소설도 쓰고 싶고 에세이도 쓰고 싶다. 소설가도 되고 싶고 여행 작가도 되고 싶다. 틀 없이 다양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 그동안 비밀이라고 했던 글은 소설이었다. 여기에 써봤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읽는 것도 아니니 털어놔도 되겠지. 어차피 내 공간이니까.

  내가 나를 소개할 때 글 쓰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당하게. 날 규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뭘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글 밥을 먹을 수 있길 바란다. , 배고프다. 글 밥이 너무나도 먹고 싶다. 김치볶음밥 말고 글 밥 말이다. 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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