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글

2018. 11. 10. 22:48글쓰기 우당탕탕

(문단 형식을 새롭게 해봤다)


의심이 들었다. 하루 한 편 짧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유를 생각했다. 성실히 글을 다루고 싶어서다. 진짜를 위해 준비하는 거다. 요리사가 재료를 손질하는 것과도 같고, 운동선수가 스트레칭하는 것과도 같은 일처럼. 피아노를 치기 전에 하농으로 손가락을 푸는 것 말이다. 나에게 그런 의미인데, 오늘은 다르게 다가온다. 알맹이가 없는 글을 형식적으로 써오진 않았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쓰다 보면 길게도 쓸 수 있고 내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내 상황과 마음과 비슷한 단어에서 정확한 단어를 찾게 될 거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이 나에게 울림을 주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리라 믿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글을 써서 뭐하지?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게 아닐까? 시간 낭비는 아닐지 조마조마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손에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을까 봐. 그래도 쉽게 포기할 순 없다. 못 쓰겠으면 못쓰겠다고, 내 글이 엉망진창인 것 같으면 그렇다고 적어야 한다. 나와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라도 쓰는 이유다. 오늘은 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공모전에 낼 글인데, 7쪽짜리 수필을 쓸 생각이다. 생각 정리도 안 되고 생각이 이끄는 대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초고도 다 쓰지 못했다. 당장 월요일이 마감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렴풋하게만 느껴져 답답했다. 머리를 더 굴리고 쥐어짜야 하는데 허리가 욱신거려 카페를 나왔다. 딱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난 어디든 두 시간만 지나면 좀이 쑤시나 보다. 요즘 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는 걸까. 이렇게 하다가 아무것도 아니면 어떡하지. 정말 아 무 것 도 아니면. 그럼 그때 가서 다시 방향을 잡아야겠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다. 글은 써도, 써도 감이 안 올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혼자 걷는 기분이다. 팔을 휘두르며 앞에 뭐가 있나 위험한 건 없나,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불안한 느낌이다. , 내가 글을 쓴다니. 이게 뭐지. 막막한 기분이었다. 이럴 때 내가 떠올리는 말이 있다. 난 재빨리 기억 속 그 말을 꺼내서 나에게 들려주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나온 문장이다.

오히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쓰레기 같은 글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 자신에게 글쓰기를 탐험할 수 있는 많은 공간을 허용해 주라는 말이다.”

난 쓰레기 같은 글을 쓰고 있다. , 괜찮아. 난 쓰레기 같은 글을 한 번 써볼 뿐이야. 뭐 거창한 게 필요하겠어. 이 세상이 쓰레긴데. 난 쓰레기 같은 글을 쓴다. 이 정도면 분리수거는 가능한 글이겠는데? 난 쓰레기 같은 글을 쓴다. 난 쓰레기 같은 글을난 쓰레기 같은난 쓰레기다생각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지만 날 달랠 수만 있다면 괜찮다. 부담을 내려놓자.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후, 내뱉는다. 조금 위안이 된다. 조금 더 나를 달래본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또 다른 쓰레기 같은 글을 쓰러 갈 거지? 가야지. 하하. 그러니 이만 마친다. 쓰레기 같은 글, 엉망인 글 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