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6. 23:56ㆍ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책방 연희에서 ‘우리는 왜 책을 만들까’라는 주제로 열린 작은 책방 세미나가 열렸다. 디자인 이음<bear> 잡지 편집장과 북노마드 대표가 강연하는 자리였다. 왜 책을 만드는가보다 어떻게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난 그렇게 느꼈다. 책을 만들 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아래는 강연 중 적은 메모 일부다.
1) 자신의 경험칙, 그 경험칙에 이름 붙이기=언어화(새로운 단어)
2) 편집) 전문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중간의 언어를 찾을 것(제목, 카피 등)
첫 번째 메모. 경험칙이라는 단어는 난생처음 봐서 집에 돌아와 무슨 뜻인지 찾아봤다.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진 사물의 인과관계와 성상에 관한 지식과 법칙’이라는 뜻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경험으로부터 얻은 법칙이랄까. 깨달음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얻은 통찰, 이 경험칙에 이름을 붙이는 거다. 새로운 단어로 언어화하는 것. 난 이 말을 들을 때 내 책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흔하다면 흔한 제주 한 달 살기에 대한 나의 경험에 더 특별하고 새로운 단어를 붙일 순 없을까. 생각해볼 문제였다. 아직은 가제 말고 떠오르는 건 없다. 이 단어는 동시대에 적합할수록,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의미를 가질수록 좋다고 했다. 말이 쉽지 찾으려면 어려웠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두 번째 메모. 편집에 대한 내용이었다. 편집은 전문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어야 한다. 이 말은 중간의 언어를 찾으라는 뜻이었다. 제목이나 카피에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예를 든 건 아니지만 질문과 답변을 하는 시간에 오지은 작가의 <홋카이도 보통열차> 얘기를 꺼냈다. 작가는 음악, 미래에 대한 고민을 떠안고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는데, 거기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자기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단다. 그러자 할머니가 꼭 그렇게 될 거예요, 라고 말한 뒤 열차를 탔는데 긴 터널을 지났단다. 그 암흑 같은 터널에도 끝이 있다는 걸 깨달은 작가가 쓴 문장 속에서 ‘홋카이도 보통열차’라는 단어가 있어 제목을 따왔다는 얘기였다. 이유는 우리가 모두 ‘보통열차’, 계속 어딘가로 달리는 ‘보통’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부제목은 ‘청춘의 터널, 그 끝자락을 달리다’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책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제목과 부제목이었다.
이제 이 두 가지를 가지고 내 글로 돌아가 다시 고쳐보자. 난 한 달이, 평범한 한 달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바다를 보고 숲을 거닐고 마당에서 고양이와 노는 그 시간이 나에겐 별거 아닌 게 아니었다고. 대표님은 이런 말도 했다. 자기 편집을 해야 한다고.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패턴을 찾아야 하고, 내가 어떤 편에 속하는지를 대략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읽고 쓰라는 것. 결국엔 뭐든지 ‘나’로 돌아온다. 나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겠다. 그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내가 모르는 나, 진짜 나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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