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만드는 길

2018. 10. 17. 23:24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스토리지 북앤필름에 워크숍 신청을 했다. ‘나만의 책 만들기가 주제다. 4주 동안 책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수업이다. 나는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대한 내용으로 여행 에세이를 만들 예정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 이야기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벌써 서울에 온 지 약 한 달이 다돼간다. 그동안 하나도 고치지 않았다. 끝에는 뭐라 적어야 할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미뤄뒀다. 책으로 만들곤 싶은데 내 생각은 아직 뒤죽박죽이었다.

  보름 전,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이라는 책을 찾아 읽었다. 출판사에 자신의 원고를 보내기 전에 예비 작가가 해야 할 다양한 일들을 소개해주는 내용이었다. 참고해야 할 사항, 기획서나 자신의 소개는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예상 독자는 누구인지, 계약하게 되는 절차 등등. 자세한 것들을 떠나서, 무엇보다 저자는 당신은 왜 책을 내려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머리를 굴렸다. 글쎄, 왜 내려고 하는 걸까. 실제로 출판사 메일함에는 산티아고 순례기 여행기, 제주도 몇 달 살기 여행기에 대한 원고가 수두룩하다고 했다. 철렁했다. 그러면서 왜 다들 산티아고를 다녀오면 책을 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스갯소리로 덧붙였다. , 역시 사람 생각은 다 똑같은가 보다. 그러니 당신만의 이야기를 하라는 말이었다. 참고해보려고 들춘 책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나는 왜 도대체 책을 내려고 하는가. 왜 책을 만들려고 하는가에 대해 대답을 하지 못해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 주 정도 흐른 것 같다. 서점에 가면 잡지를 뒤적거렸다. 에세이를 연재할 방법이 없나 찾아봤다. 우선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잡지를 들추고 원고 투고를 받는 메일 주소를 적어 집으로 조금 부푼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제주 여행기는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 사실 한 달의 기록을 다시 들춰보는 게 망설여졌다. 그걸 읽다 보면 또 여행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느낄까 봐, 그 느낌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대답할 수 없는 질문만 쌓일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언젠간 다시 읽어야 하는 글이었다. 과거의 내가 하는 말을, 현재의 나는 들어야 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50기에 해당하는 워크숍은 꽤 유명한 수업인 것 같았다. 벌써 50기라니. 이렇게 자신의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우리는 왜 책을 만들려고 할까? 나의 이야기를 한 군데 정리해놓고 싶어서,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재밌으니까, 색다른 경험이니까, 한 번쯤 해보고 싶으니까수없이 많겠지. 다시 생각해봤다. 하고 싶어서.’ 정말 다른 이유를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시간이 남아돌아서도 아니고 할 일이 없어서도 아니다. 책 한 권이 날 기쁘게 해주는 것처럼 누군가도 내 이야기를 읽고 그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잠깐 머물렀으면 싶어서.’ 앞서 적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 셈이었다.

  그래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어떤 책을 나는 독립서점 탐방하는 걸 좋아하지만,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 같아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모두 다 자신에게 특별한 이야기일 테지만, 독자의 입장으로선 다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자신만의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건 이곳에서도 통하는 얘기였다. 내 책을 팔기도 쉽지 않은 일이겠구나. 그때 느꼈다. ‘이곳에도 경쟁이 있겠구나.’ 내가 만드는 책이 재미있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그저 그런 책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겁을 먹진 않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언제까지 생각으로만 둘 순 없으니까. 워크숍은 기대만큼 재미없을 수도 있고, 복잡해서 쉽게 지칠 수도 있다. 책방을 차리는 꿈과 멀어질 수도 있지만 우선해 볼 거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고 오래전, 수첩에 꾹꾹 눌러 적어놨던 거니까. 아무런 생각 말고 그냥 하자. 그럼 또 다른 길이 보이겠지. 아니다 싶을 수도 있을 거야. 그래도 실망은 말자. 첫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


(잊지 말자, 나의 결심)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봤다. 수업을 듣기 전까지 한 달 하고도 이 주 정도 시간이 있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은 이거다.

 

1) 내가 여행기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찾기

2) 전체적으로 글다듬기(맥락이 맞는지, 일정한 톤을 유지하고 있는지, 맞춤법이나 오타 확인)

3) 구체적인 장르 정하기

4) 이렇게 만들고 싶다! 하는 책 찾기(디자인, 폰트 참고, 크기, 작가 등)

5) 제목 생각하기

 

바쁠 예정이다. 이거 말고도 다른 글도 준비해야 하니. 하루 한편의 글 쓰는 것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한 달이 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되겠지. 내가 왜 떠났고,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글이 알려 줄 거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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