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각자의 이야기

2018. 12. 9. 23:59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책 만들기 수업 2주 차, 제작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과제로 각자 만든 책 내용과 표지를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각기 다른 내용을 들고 왔다. 사진집, 동화책, 에세이, 등등. 독립출판을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였다.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대한 책은 이미 많았다. 기성출판이나 독립출판이나. 내가 열심히 만들어 낸다 한들 그저 그런 책이 될까 봐 무서웠다. 책방 구석에 먼지만 폴폴 쌓여 사람들이 들춰보지도 않는 책이 되면 어쩌나. 들춰보더라도 구매하지 않아 누렇게 뜬 얼굴로 재고만 쌓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 말이다.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는 이유를 찾으려 했다. 찾아야만 했다. 나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타인을 설득하는 일은 더 어려울 테니까.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좋았다. 어디에 여행 가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집을 만들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운 책을 만들고 싶고, 아이에게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여행에 대한 기억을 담았고… 다들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책이라는 종이 매체로 전달하려는 중이었다. 우리가 모인 이유, 책으로. 그들에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듯이 나에게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같은 경험을 했지만 우리는 다 다르게 느끼는 것처럼,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내 생각을, 느낌을 적는 거다. 다른 사람의 것을 읽었으니 이제 내 것도. 모두 다 소중한 이야기임을 느꼈다. 얼마나 용기를 내서 그 자리에 왔을지 모를 타인들의 모습에서 나를 봤다. 더 미루지 말고 해보자, 수업 신청을 하고 고민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아직도 내가 책을 만든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제본을 앞둔 상황에서, 진짜 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출판사와 계약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막연하게 이상하고 신기한 느낌뿐이다. 내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책 한 권 만든다는 게. 책 만드는 건 흔하고 쉬운 일이 돼가고 있는데도.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겁먹지도 말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틈에서 내 이야기 조그맣게 피워내자.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으며,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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