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만날 종이

2018. 12. 10. 23:33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가제본할 책 표지를 만드느라 헤맸다. 책날개, 책날개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거다. 이번 책은 무조건 책날개가 있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서 인디자인을 다시 켜 만들었다. 책 표지 만드는 동영상을 찾아 똑같이 따라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만들었다. 아니, 만들어져있었다. 온종일 표지를 만들고 작가 소개엔 뭐라고 적을까 고민하다 보니 하루해가 저물었다. 사실 삼천포로 빠져 내 캐릭터도 만들었다. 지금 블로그 소개 사진에 올라가 있는 저 그림이다. 날개에 들어갈 작가 소개란에 저 그림도 넣을지 말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글은 차분한데 그림은 발랄해 보이니 균형이 안 맞는 것 같아서. ,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손을 거쳐야만 만들어지니 보통 일이 아님을 실감했다. 모두 다 내 선택대로 할 수 있어 좋지만 선택한 것들 모두 다 내가 해야 한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잠을 잘 못 잔 탓에 눈이 뻑뻑했는데, 이물감까지 느껴졌다. 눈 안에 작은 모래 알갱이가 들어간 느낌처럼. 깜빡일 때마다 서걱거리는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얼른 인공눈물을 뿌렸다. 오후 열 시가 넘는 걸 보고선 마지막 일과로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읽으려 했다. 그리고서 내일 산뜻한 마음으로 가제본을 맡기려 하는데 도저히 더는 노트북과 모니터 앞에 있을 수 없었다. 내일 아침으로 미뤘다. 맑은 머리와 눈 상태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책 두 권만 더 만들었다간 시력이 아주 나빠지겠어, 이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컴퓨터를 껐다. 눈이 매웠다.

  내일은 마지막으로 검토한 뒤 인쇄를 맡기러 갈 예정이다. 직접 가서 종이도 만져보고 궁금한 것들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게 일부러 오프라인 매장에 가려고 한다. 인터넷 주문도 있지만, 가제본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종이 두께나 재질을 빨리 깨닫는 게 나을 것 같아서다. 종이의 세계는 얼마나 무궁무진할까. 우유부단해서 마음에 쏙 드는 게 아닌 이상 결정을 잘 못 하는 나는 한참을 만져보고 구경하다 오겠지. 그래도 내 책에 맞는 종이와 두께가 있을 테니 얼른 만나고 싶다. 찰떡궁합인 종이를. 그러니 이만 글을 마쳐야겠다. 종이를 만나기 전에 맑은 머리로 글을 읽어야 하니까. 그러려면 일찍 자야하고. 내일 만날 종이를 상상하며 자야지. 좀 이상한가.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