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디아 여행기] 2. 마음에 쉼표 하나, 작은 책방들

2019. 2. 13. 16:05이제는 여행작가/나의 섬, 제주 한 달

마음에 쉼표 하나, 작은 책방들

책방이 유행처럼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요즘, 제주에도 누군가의 발길을 기다리는 책방이 있다. 모습도 형태도 다르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들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와주길 기다리는 곳. 내가 가본 곳 중 몇 군데를 소개한다. 여행에 지칠 때나 바쁜 생활에 지쳐 잠시 쉬고 싶을 때 들러 글자의 숲에서 숨 한번 고르고 가길. 마음의 쉼표 하나 찍을 수 있으리라제주에서 가봤던 아홉 개 책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기억하기 위해 꼭 하고 싶었던 정리다. 여행 중에 만난 책이란 더 소중했다. 이 공간들은 나에게 쉼표 하나를 찍을 수 있게 해줬다. 다시 가도 그 자리에 있기를 바라며 적어 내려간다.

나도 언젠간 그런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내 책 한 권 두자, 다짐하며. 


 

1. 이렇게 소심한 나도 괜찮을까? 소심한 책방

 

내 취향의 책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눈을 사로잡는 그림책이 많았다. 책방 입구엔 앉거나 짐을 올려둘 수 있는 의자 두 개가 있고 화장실, 손님이 각자 따라 마실 수 있는 물통도 있다. 내가 간 날은 보리차였는데, 날씨마다 또는 계절마다 담아두는 차의 종류가 다른 듯하다. 먼 길 왔을 손님에게 물 한 잔, 차 한 잔 내어주는 주인의 배려가 고맙다.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 내가 소심한 사람이라 그런가, 너무 편안한 곳이다. 자꾸만 가고 싶다

  •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9-6
  • 시간 매일 10:00 – 18:00 / lunch 12:00~13:00
  • 내가 읽은 책 : 김한민 - <책섬> <비수기의 전문가들>

 

 

2. 샨티, 샨티, 오 샨티! 바라나시 책골목

 

 

샨티, 샨티, 오 샨티!

 

비교적 공항에서 가까운 책방. 이름에 책골목이 들어가 책방이 늘어진 곳을 찾았지만 한 곳이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평화 모양과 샨티가 눈을 끈다. 훌라후프에 나뭇가지로 만든 것 같다. 노란색 건물로 들어가면 다른 곳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고 푹신한 방석과 쿠션도 있다. 판매하는 책들보단 북 카페 형식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책을 마음껏 읽는 식이다. 가게 곳곳에 만다라가 그려진 화려한 천, 인도 음악이 흘러나와 이국적이다. 무엇보다 주인이 직접 끓여준다는 짜이를 먹으며 책 보는 기분이란 아주 좋다. 짜이는 인도식 밀크티를 말하는데, 밀크티에 향신료를 넣어 진한 맛이 특징이다. 블루베리 토스트와 아이스 짜이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포춘 쿠키에 들어있을 법한 폭이 좁고 기다란 쪽지도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었다. 에세이, 문학 전집, 불교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인도가 문득 그리울 땐 찾아가 보자. 분명 아지트로 삼게 될 거다.

 

짜이와 블루베리 토스트는 엄청 맛나다네

 

  • 주소 : 제주 제주시 동한두기길 35-2
  • 시간 : 10:30 - 20:00 / 주말 휴무 
  • 내가 읽은 책 : 김보통 -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3. 우리가 사랑하는 책방이에요 달빛서림

 

우리가 사랑하는 숲이에요

 

 

가게 앞에 세워 둔 큰 곰 인형이 웃음 짓게 만드는 곳삐뚤빼뚤 주인의 손글씨가 사랑스러워 자꾸만 보게 되는 곳물건 곳곳에 이름을 붙여준 게 기억에 남는다선풍기에 붙여준 이름인 지혜의 바람과 사랑의 바람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마음마저 순해지는 기분이었다환경불교에 대한 책이 많았다. ‘노 오션 플라스틱이라 적힌 문구 앞에 놓아둔 거북이 인형과 책장 속에서 채식에 대한 책을 만났을 때 반가움이 앞섰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자연의 소중함을 말할 줄 아는 사람 곁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 책방을 한 바퀴 둘러봤는데도 아쉬움이 남아 나가기 싫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곳. 사랑의 바람을 맞으러 또 놀러 가고 싶다.

 

우린 닮았을지도 몰라

 

  •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62
  • 시간 : 13:00 - 20:00 / 수 휴무

 

 

4. 책이 만개했구나 만춘 서점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든 곳이다. 주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곳이랄까, 커다란 서재에 간 느낌을 받았다. , 소설의 비중이 컸고 CDLP도 있었다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이는 곳. 책방 문을 여는 11시에 맞춰서 갔는데도 손님이 한 명 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함덕에서 유명한 책방이라더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주인에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이것저것 골라주시니 말을 걸어도 좋겠다.

 

  •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로 9
  • 시간 매일 11:00 – 19:00
  • 내가 읽은 책 : 최민석 작가 - <고민과 소설가>

 

 

5. 람이와 함께 책 읽는 기분 유람위드북스

  

 

고양이 람이가 출근하는 책방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는 일부러 람이가 출근하는 요일에 맞춰갔다. 2층 구조로 넓은 책방은 정말 다양한 책이 있다. 음료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이기도 하고 계산대 앞에 진열된 책들은 구매할 수 있다. 세계문학 전집, 에세이, 소설, 독립출판, 만화책까지 다양한 책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느낌이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과 와도 거부감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이도 있으며 누워서 만화책 삼매경에 빠진 이도 있는 곳. 방명록을 읽는 것까지 재밌는 곳이다.

 

(귀여운 람이)

 

 

  • 주소 제주 제주시 한경면 홍수암로 561
  • 시간 매일 10:00 – 20:00 연중무휴 목요일 10:00 – 23:00 토요일포함 심야책방
  • 내가 읽은 책 김경희 - <찌질한 인간 김경희>

 

 

6. 내가 좋아하는 책빵 라이킷

 

 

 

공항에서 제일 가까운 책방 라이킷. 1세대 책방이라 불릴 만큼 책방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기 전에 이미 터를 닦았다. 가게 밖에 세워진 푯말과 화분이 사랑스러운 이곳은 서울에서 볼 수 있었던 독립출판 책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 취향이 다 비슷하구나, 느꼈던 책방이다. 제주 관련 도서가 많고 아담한 내부에 그림책을 따로 볼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도 눈에 띈다. 말없이 묵묵히 책방을 지키는 주인의 분위기와도 닮은 곳이다. 가게 입구 근처에 적혀진 빵은 안 팔아요문구가 보인다. 빵 말고 책 파는 곳이니 책이 고플 때 가자.

 

지금 이 순간 행복하자. 잊지 말자

 

 

  • 주소 제주 제주시 칠성로길 42-2 1
  • 시간 : 12:00 - 19:00 / 수요일 휴무
  • 내가 구매한 책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달빛 속을 걷다>

 

 

7. 책 한 잔 책다방

 

 

월정리 해변을 걷다 보면 나오는 책다방. 여기도 고양이들이 출근한다. 아쉽게도 그날에 맞춰가진 못했지만. 이용요금 6,000원을 내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북카페다. 가게 안쪽에 진열된 책들만 구매 이후 읽으면 된다.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편안한 분위기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꽃무늬가 그려진 원형 밥상이나 익숙한 자개장을 보면 옛날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 정겹고 소담히 나 있는 창가엔 돌담이 보인다. 손님들 모두 조용하게 책을 읽고 있어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다. 친절한 주인의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다.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1길 70-1
  • 시간 : 11:00 - 19:00 / 월요일휴무
  • 내가 읽은 책 : 소노 아야코 - <약간의 거리를 둔다>

 

 

8. 오늘도 당신이 무사하길 바라며 책방 무사

 

 

가수 요조의 책방. 아름상회 간판이 눈에 띄는 이곳은 책방 옆 큰 나무 한 그루가 반겨준다. 눈에 띄는 책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책, , 한국소설이다. 이곳 역시 주인의 관심사가 드러나는 책장이었다. 필름카메라를 판매하기도 한다. 카메라에 대한 건 직원이 친절히 상담해준다. 신기한 건 가게 내부에 문이 있어서 직원과 주인이 쉬는 공간이 있다는 거다. 문득 보면 무인책방처럼 보이지만 계산을 할 때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문을 똑똑, 두드리면 짜잔, 하고 나온다. 신비의 문 두드리러 가 보시길.

 

마음에 들었던 문구. 물도 사람도 천천히가 중요하다

 

  •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 10번길 3
  • 시간 : 12:00 - 18:00 / 목은 휴무

 

 

 

9. 방에 들어가 책을 읽지요 구들 책방

 

 

 

노란색 건물이 눈에 띈다. 빨간색 원 안에 흰색으로 책이라 적힌 글자가 멋스럽다. 커피와 콜라, 컵라면 쥐포. 이 책방의 메뉴다. 안 어울리는 조합인 이 메뉴판을 들고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헌책을 판매하는 헌책방인데 가게 안쪽에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제주에선 방을 구들이라고 하는 데 책방 이름이 구들 책방인 이유가 있었다. 책장엔 만화책, 제주 여행서, 에세이, 소설 등 정리된 듯 아닌 듯 어지럽고 복잡하게 꽂혀있다. 그래서 어떤 책이 있나 더 들여다보게 된다. 부담 없이 책을 구경하고 헌책을 구매하고 싶을 때 가면 좋을 곳이다.

 

 

책!

 

 

  •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502
  • 시간 매일 13:00  21:00
  • 내가 읽은 책 : 김영갑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https://www.doopedia.co.kr/travel/viewContent.do?idx=181107000051129&mode=M <-두피디아 여행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