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디아 여행기] 3. 밭담 축제, 호썰 쉬었당 갑서

2019. 2. 13. 16:38이제는 여행작가/나의 섬, 제주 한 달

밭담 축제, 호썰 쉬었당 갑서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돌, 밭담 축제에 다녀왔다. 걷고 또 걷다 보니 밭담 위에 살포시 놓인 문장이 보였다. 그 문장을 계속 곱씹으며 걸었다호썰 쉬었당 갑서. 어떤 길이든 천천히 가자고 다짐하지만 늘 잊고 말았던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게 해줬다. 느린 발걸음으로 주위를 둘러 제주의 풍경을 천천히 담았다.

조금 쉬었다 가게.’ 이 말처럼 우리 모두, 가끔은 조금 쉬었다 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밭담 축제란?

 

제주도가 주최하고 도 농어업유산위원회가 주관하는 축제로, 제주의 밭담의 가치, 의의를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개최되고 있다.제주 밭담은 현무암 등을 사용하여 밭의 주변에 쌓은 담으로 밭의 경계를 표시하고 바람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쌓는다. 흑룡만리라고도 불리며 길이가 22000km에 달하는데 이는 만리장성(6400km)보다 15600km 더 긴 길이다. 2013년 국가 중요 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된 후 2014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도 등재됐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제주 밭담 축제에서는 밭담 트레킹, 밭담 쌓기, 굽돌 굴리기 등의 체험 활동을 통해 밭담이 가진 우수한 과학 기술, 창의성, 역사성 등을 배울 수 있다. 이 밖에도 밭담 토크콘서트, 돗통시 체험 등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축제 공간에는 돌로 지은 돼지 집도 볼 수 있었다. ‘도새기라 부르는 돼지 집의 형태도, 물그릇, 밥그릇도 모두 돌이다. 돌과 제주는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다.

  • 2018.09.15()~2018.09.16()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1400-14
  • 장소 : 제주 밭담테마공원
  • 주최 : 제주특별자치도
  • 요금 : 관람 무료 / 체험 일부 유료
  •   TIP : 밭담 축제는 축제 당일 밭담 테마공원에 가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밭담 길 걷기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해야만 참여할 수 있으니 축제 일주일 전부터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참고해 미리 신청하도록 하자https://www.facebook.com/batdamfestival

 

 

진빌레길 걷기

 

밭담 공원에 도착해 주변을 간단히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해설사 선생님과 진빌레길을 걸었다. 진빌레길은 김녕과 월정 두 마을의 경계 부근을 뜻하는데 빌레가 합쳐진 말이다.

은 긴, ‘빌레는 흘러내린 용암이 넓게 퍼지면서 굳은 암석 지형을 뜻한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긴 용암이 굳은 것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단해 돌담을 쌓은 곳이었다. 옛날부터 제주는 바람, 여자, 돌이 많다 하여 삼다도라 하였지만, 제주 사람들은 특히 돌이 많은 것을 원망했다고 한다.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밭 주위로 돌을 쌓아 담을 만든 것이 밭담이다. 신기하게 담을 쌓았더니 바람을 막아주고 농사를 도와줬다.

제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역시 제주하면 이다. 직접 그 길을 걷고 눈으로 보니 더 존경스러웠다.

 

 

밭담에 새겨진 문장

 

호썰 쉬었당 갑서. 호썰은 호꼼과 비슷한 의미로 조금 이라는 뜻이다. ‘조금 쉬었다 가게

요새 어떵 살미꽈? 좋수과? ‘요즘, 어떻게 사십니까? 좋습니까?’

촘말맨도롱혼 게 좋수다 정말따뜻한 것이 좋습니다

차곡차곡 쌓인 밭담 위에 살포시 얹어놓은 문장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애기 수박

 

진빌레길을 걷다 만난 수박밭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농사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밭에서 수박을 재배한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다. 자그마한 수박이 밭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다. 먹을 것이 없던 옛날에는 많이들 먹었다고 하는데 요즘엔 잘 먹지 않는단다. 청포도 사탕 크기만 한 작은 수박은 난생처음 봤다. 집으로 돌아와 물에 씻어 한입 깨물어 먹어봤지만, 신맛이 너무 강해 뱉어버렸다.

 

 

동고량 하나 잡수꽝?

프로그램의 마지막, 재주 소년의 공연을 보며 동고량을 먹었다. 좌우를 둘러보면 밭담이, 뒤에는 바다가 펼쳐진 풍경이었다.

도시락이라는 뜻의 동고량 안에는 초코파이와 오메기떡, , 빙떡이 들어있다. 빙떡은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얇게 펴놓고 가운데에 삶아 양념한 무채를 소로 넣고 말아서 지져낸 떡이다. 돌돌 말아서 만든다고 해서 '빙떡' 또는 멍석처럼 말아 감는다고 해서 '멍석떡'이라고 하며, 이 밖에도 전기떡·쟁기떡·연빙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밭담 축제 사전 신청을 해야지만 먹을 수 있는 동고량이라 더 맛있었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축제의 마무리로 캘리 그라피 체험을 하려 했는데 원하는 문구 하나를 써준다고 했다. 뭘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살다 보면 다 살아가게 마련이다'라는 뜻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살암시민 살아지니까 걱정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축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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