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디아 여행기] 1. 김녕 하세요?

2019. 2. 13. 15:41이제는 여행작가/나의 섬, 제주 한 달

김녕 하세요?

20188월 여름부터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그중 제일 오랜 시간 머문 곳은 김녕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한라산 북동쪽에 있는 마을로 평지에 자리 잡았고 바닷가와 가깝다. 주민의 대부분은 노인이며 농업과 어업을 겸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시골 마을답게 부지런히 이른 아침과 저녁을 맞는다. 아침 9시만 되도 길가에 앉아 말린 풀을 엮는 할망을 만나고, 알록달록 꽃무늬가 새겨진 옷과 모자, 모자를 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할망을 본다. 그들은 항상 뭔가를 하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서 바구니 안에 해산물을 잡아넣고, 낚시한다. 물질하는지 테왁과 망사리를 마당에 걸어놓은 걸 볼 수도 있다. 오토바이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 구수한 제주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곳, 모두가 잠든 새벽엔 넘실대는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김녕이다. 편안히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 이곳에 가면 특별한 인사를 건네고 싶다. 김녕 하세요?


 

 

어디를 가나 돌담이

동네 모습이다제주는 여자바람돌이 많아 삼다도로 불리는데김녕에선 마을 전체가 돌담을 두르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형태가 다양한데 진짜 돌구멍이 뽕뽕 뚫린 현무암을 얼기설기 쌓아 만든 곳이 있는가 하면돌담과 콘크리트를 섞어 지은 담도 있다이런 담은 높이가 낮아 마당이 보인다현대식 집도 있었다콘크리트로만 높게 쌓은 집이었는데 아마 이주민이 사는 것 같았다

이곳 대부분은 하나의 돌담으로 한집과 이웃집이 구분되어있다. 사생활 보호는 잘 안되지만 그만큼 공동체 생활을 중요시한다는 뜻이 아닐까. 일부러 더 높이 담을 쌓지 않으니 말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보호수

정류장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어귀엔 큰 나무가 있다. 마을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보호수다. 마을 노인들은 장을 본 뒤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무 근처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밑에 앉아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보호수라는 이름대로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진 속 나무는 공용주차장 옆에 있는 건데 이 나무도 듬직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택시를 잡기 위해 서있는 사람이 나무 밑에서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나 또 한 거기에 서서 잠시 땀을 식혔다.

 

옥색 빛 바다

마을 근처에는 김녕해수욕장인 ‘성세기 해변’과 ‘세기알 해변’이있다. 성세기 해변은 사람들이 많은 큰 해수욕장이라면 세기알 해변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다. 사진 속 보이는 곳은 세기알 해변이고, 북쪽으로 보이는 곳이 성세기 해변이다.

멀지 않아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고 차로 가면 3분 정도다. 옥색 빛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두 군데 다 같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난 세기알 해변이 더 좋았다. 푸르고 맑아서 바위 근처엔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걸 볼 수 있다.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청굴물 이라는 곳도 있다. 맑은 물이 솟아난다고 하여 청굴물’ ‘청수물이라 불리는 이곳은 용천수가 솟아나는 둥그렇게 생긴 샘이다. 둥그런 원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 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여름에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차갑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발만 담가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금방 나오기 일쑤다. 용천수가 여름엔 차갑고 겨울엔 따뜻하다니 참 신기하다. 해수욕장과는 달리 물 밑에 바위가 많아 수영하기는 힘들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라 좋다. 밀물과 썰물 때 그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밀물 때는 청굴물로 가는 다리가 물에 잠겨 걸어가지 못하지만, 썰물 때는 그 다리를 건너 원샘 까지 가는 길이 쫙 나온다.

맑디 맑은 청굴물

 

그 때 들어간 청굴물은 마치 큰 전복 안에 들어가 있는 것 모습이다. 신기한 게 한둘이 아닌 이곳은 용천수에 몸을 담그면 병이 치유된다고 믿어 주변 마을 사람도 찾아와 며칠씩 물을 맞고 갔다고 한다. 과연 신비의 샘이다.

 

표정을 바꾸는 하늘

저녁때가 되면 하늘이 표정을 바꾼다. 수시로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들고 와, 하는 탄성을 내뱉게 한다. 돌담과 어우러진 낙조는 더 아름답다. 밤이 되면 까맣게 물들고 아침이 되면 파랗게, 또는 회색빛으로 바뀌는 김녕의 하늘이다. 큰 건물이 많지 않고 대부분 돌담으로 둘린 낮은 집이라 풍경을 보기에 좋다. 초록, 파랑, 주황색 지붕이 그림 같다. 탁 트여 하늘과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같은 곳도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는 재미가 있다. 볼 때마다 달라지는 하늘과 바람에 매번 놀란다. 분홍과 진주홍이 섞인 하늘. 하얀 구름과 섞여 물감으로 색칠한 것 같다. 세기알 해변의 낙조. 자꾸만 보고 싶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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