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디아 여행기] 5.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그 섬에 그가 있었네

2019. 4. 12. 11:38이제는 여행작가/나의 섬, 제주 한 달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그 섬에 그가 있었네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한 '두모악'에는 20여 년간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김영갑 선생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평생 사진만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다간 한 예술가의 숭고한 예술혼과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제주를 사랑한 작가 김영갑


(출처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20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사진에 대한 열망으로 전시관을 마련하기 위해 버려진 초등학교를 찾던 중 지금의 삼달 초등학교를 찾았다.

자신의 처지보다 곰팡이 슨 필름을 버려야하는 상황을 아쉬워하던 그에겐 말할 수 없이 기쁜 일이었다. 오랜 소망이던 전시관을 마련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진을 찍을 때면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셔터를 누를 힘이 없고 이유 없이 허리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수도, 제대로 걸을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루게릭 병이었다. 사진 전시관을 만들기 위한 일념 하나로 다시 일어났다.


손수 돌을 나르고 건물을 고치는 데 힘썼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미술관이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6년이라는 긴 투병 생활 끝에 2005529, 그는 두모악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뼈는 두모악 마당에 뿌려졌다.

전시관 내에선 동영상, 사진 촬영이 금지 돼 있어 눈으로 더 오랫동안 보았다. 어떤 사진은 눈물이 울컥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전시를 다 본 뒤, 한 바퀴를 둘러 다시 보고선 방명록을 적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사진을 남겨주어 고맙습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이용 안내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

지번) 삼달리 437-5

전화번호 : 064-784-9907

요금: 어른 4,500

        청소년(14세부터 19세까지) 3,000

        군인,국가유공자,제주도민 1,500

        어린이(4세부터 13세까지),경로(65세이상부터) 무료

        3세이하/장애인(1-3등급) 무료

기타 : 2016년부터 전시관 내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금지 됐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김영갑 작가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간다면 더 좋겠다.



용눈이 오름에 오르다

그가 남긴 아름다운 제주를 보니 마음이 벅찼다. 전시를 보고, 사진을 보고 이렇게 감정이 동요한 적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랬다. 그가 특별히 아끼고 사랑했던 용눈이 오름엔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렇게 사진을 찍었던 걸까. 전시를 본 뒤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용이 누운 자리

해발 247.8m, 높이 88m, 둘레 2,685m, 면적 404264이다. 용이 누워 있는 모양이라고도 하고 산 한가운데가 크게 패어 있는 것이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고도 하고 위에서 내려다 보면 화구의 모습이 용의 눈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름에 도착하니 삼삼오오 모인 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방목중이니 가까이 가지 말라는 표지판까지 붙어있다그만큼 가까이서 볼 수 있다오름을 오르다 보면 말이 돌아다니며 싼 똥을 밟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말 똥 조심

정상으로 가는 길경사가 원만해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아이들과 함께 오르기 가장 좋은 오름이 아닐까 싶다구름이 낀 날씨에 찾았지만 잠시 해가 나면 나는 대로흐리면 흐린 대로 모두 감동적인 풍경이다.


풀을 먹고 있는 말

정상에 원형분화구 3개가 연이어 있고 그 안에는 동서쪽으로 조금 트인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다부드럽게 휘어진 능선이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사진 한 장에 다 담을 수 없을 장엄함이었다능선을 보고 감탄하고 하늘이 아름다워 감탄한다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표정이 다른 것 같은 용눈이 오름한 장의 사진에 이 모습을 담기위해 사시사철 밤낮없이 드나들었을 김영갑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그를 생각하며 오름을 한 번 더 오르고 싶다.


"삶에 지치고 여유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서 와서 느끼라고이제까지의 모든 삿된 욕망과 껍데기뿐인 허울은 벗어던지라고두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놓쳐버릴 삽시간의 환상에 빠져보라고 손짓합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주의 진정성을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입니다그것이면 족합니다."

김영갑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를 생각하며 오름을 한 번 더 오르고 싶다. 


-용눈이 오름 

  •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