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8. 22:58ㆍ에세이 하루한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했다. 난생처음 도전해본 신춘문예다. 남 얘기인 줄만 알았던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신기했다. 내가 신춘문예를 신경 쓰다니. 70매 분량의 글을 쓰고 프린트를 해서 우체국으로 갔다. A4 기준으로 총 10장이었다. 단면 10쪽. 노트북 화면으로만 보던 내 글이 종이에 찍히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커서를 옮겨 수정에 수정을 더하던 것이 아닌 더 고칠 수 없는 고정된 글이었다. 흰 종이 위에 까맣게 새겨진 글자가 잘 정돈돼 보였다. 우체국에 갔다. 100원짜리 서류봉투를 구매하고 봉투 위에 주소를 적었다. 받는 이에 ‘ㅇㅇ신문사 편집국 신춘문예 담당자 앞’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봉투 겉면에 빨간 펜으로 ‘신춘문예 응모작’이라 적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앞, 뒤로. 이걸 누군가가 뜯고 읽어본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익일특급으로 접수했다. 요금은 2,840원. 주말 제외 3~4일이 걸릴 수 있대서 최대한 빠른 거로 선택했다. 내일 도착할 예정이란다. 처음 접수하는 신춘문예인 만큼 서류봉투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까먹고 바로 보내버렸다. 아쉽다. 기억하고 싶었는데. 삼십 분 정도 산책을 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이라 짧게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몰려왔다. 처음 스케치를 하던 날이 떠올랐다. 저장된 파일을 열어보니 10월 25일이었다. 한 달하고도 사흘 동안 틈틈이 써 내려간 글을 세상 밖으로 막 꺼내는 도중이구나. 내 품 안에만 있던 글이 정말 사람들에게 읽힌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도 안 됐다. 점점 더 머리가 띵하고 눈이 감겼다. 기운이 쭉 빠져 눈이 감겼다. 오늘은 이 글을 올리고 바로 자야겠다.
내일은 새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겠다. 며칠 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현우와 지수의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한 달 동안 머리와 마음에 머물던 이야기를 내려놓아야겠다. 아,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처음 써보는 단편소설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 막연히 많이 읽고 고치기를 반복했지만, 결코 아까운 시간이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한 편을 썼으니 또 다른 한 편을 쓸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럼 또 다른 곳에 닿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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