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책 대출법

2018. 12. 3. 22:25에세이 하루한편


이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간다. 대출 연장을 할 땐 삼 주에 한 번씩. 대출한 책은 기간 내에 다 읽으려고 하지만 대출만 하면 시간이 빨리 가는지 빌린 책을 다 못 읽고 반납할 때도 있다(많다). 반납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 주를 더 빌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같은 책을 연속으로 대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럴 때면 또다시 읽을 만한 책이 없나 서가를 어슬렁거린다. 책은 읽고 싶고, 날 읽으라고 눈짓을 보내는 책들은 많으니. 덥석 집어 들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 손에는 세 권의 책이 들려있다. 꼭 세 권이. 언젠가부터 그랬다. 한 권도 아니고 두 권도 아닌 세 권. 이 주 동안 세 권을 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반납일 이틀 전 알림 문자를 보면 얼른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출 연장 버튼을 누르고 마는 거다. 그럼 적게 빌리면 될 것을 왜 꼭 세 권을 고집하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도서관만 가면 거부할 수 없는 마법에 걸리는 걸까.

물론 한두 권만 빌리고 나올 때도 있다. 그럼 세 권보다야 시간적 여유를 느끼며 읽을 수 있지만, 반납하고 돌아오는 가방 속엔 여전히 세 권의 책이 들어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다. 우선, 한 권을 빌리면 너무 빨리 읽게 돼 이주보다 더 일찍 도서관을 찾게 된다. 근데 도서관을 자주 찾아가는 건 조금 귀찮다. 그럼 천천히 읽고 한 번을 더 읽어 이 주를 채우면 되지 않겠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다 읽으면 다른 주제의 책을 읽고 싶어지므로 그게 잘 안 된다. 그럼 두 권을 빌리면 어떤가, 적당하다. 일주일에 한 권씩. 대출 연장을 하면 삼 주에 두 권이니 빨리 읽어야겠다는 부담도 적다. 근데, 이상하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거다. 두 권 정도야 난 충분히 읽을 수 있어! 하는 마음의 소리도 들리고. 혹시 두 권의 책을 다 읽었다면 더 읽을 수 있는 여분의 책을 위해! 라며 한 권을 더 집게 된다. 이상하게 책은 홀수 단위로 빌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까지 들고.

이 이상한 책 대출 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내일모레 반납해야 책 세 권이 내 방 책장에 꽂혀 있다. 한 권은 다 읽었고 나머지 두 권은 각각 반씩 읽었다. 과연 내일모레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못 읽으면 역시 무리였어, 하며 반납하겠지. 그래놓고 또 다른 세 권을 찾을 거다. 도서관엔 읽고 싶은 책이, 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이번엔 어떤 책 세 권을 골라올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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