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 부인

2018. 12. 5. 23:59에세이 하루한편



엄마는 가끔 날 리자 부인, 하고 부른다. 익숙한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가. 맞다.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그림말이다. 긴 검정 머리가 어깨를 덮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부인의 이름을 왜 나에게 부를까. 엄마와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내가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리자 부인, 또 부르곤 한다. 한 번은 내가 모나리자를 닮았냐며 엄마 앞에서 핸드폰으로 그림을 찾아 닮은 점을 찾아봤다. 잘 모르겠는데. 굳이 찾자면 끝으로 갈수록 흐려지는 눈썹정도랄까. 도대체 어디가 그리 비슷하냐고 묻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엄청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못생기지도 않은 오묘한 매력이 있단 말이야.”

욕이야 칭찬이야.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대꾸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엄마는 다 자기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는 거 아닌가. 뭐 저렇게 객관적이고 난리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물었다. 그 오묘한 매력이 뭐냐고.

예쁘지 않아도 전 세계 사람들이 모나리자, 하면 다 알잖아? 너는 세계적인 얼굴이란 거야.”

뭐 이런 식의 설명이었다. . 듣고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급하게 끼워 맞춘 냄새가 나긴 하지만. 엄마는 모나리자처럼 어색하게 웃어보라는 요청에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최대한 웃을 듯 말 듯 하게. 두 손은 가지런히 모으고. 그렇지, 그렇지. 엄마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 후로 난 가끔 거울을 볼 때마다 진짜 닮았나? 하고 묻게 됐다. 자꾸 들으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그리곤 손가락으로 눈썹을 쓸면서 만지작거렸다. 어쩐지 빈 눈썹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송충이 눈썹인 엄마와 다르게 나는 숱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외출을 할 때면 화장은 안 하더라도 눈썹과 입술은 꼭 신경 쓰는 편이었다. 숨길 것도 아니었지만 자랑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근데 요즘은 눈썹을 잘 그리지 않는다. 사람을 많이 만날 일도 없고 거리를 스치는 사람에게 꽉 찬 눈썹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아서 방치 중이다. 그사이 눈썹 뼈까지 내려와 자란 눈썹 털은 정리해달라고 외친다. 방 정리를 하겠답시고 눈썹 칼도 버려서 다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집에서만 리자 부인이 아니라 밖에서도 그런 셈이다. 이참에 엄마가 다음에 또 리자 부인, 이라고 부르면 그땐 응, . 대답해야겠다. 오늘부터 내 얼굴은 명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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