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가제본 인쇄

2018. 12. 11. 22:44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어제 글과 달리 종이를 직접 만나러 가지 않았다. 내가 가려던 업체는 종이를 판매만 하는 곳이지, 인쇄는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는 직원의 설명 때문이었다. 직접 고른 종이로 인쇄까지 해주는 줄 알았는데. 가기 전에 전화해본 게 다행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려고 찾아봤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알려준 다양한 업체 중 한 곳을 골라 주문서를 넣었다. 아니, 넣기까지 산 넘어 산이었다. 주문서 하나 넣는 것도 어려웠다. 내가 원하는 판형이 없어 전화했다. 여기까진 예상했다. 크기를 말하자 그럼 B6로 하라고 했다. 내지가 몇 장이냐고 하자 101장이요, 하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책은 홀수로 나올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책은 모두 짝수로 끝나야 하는구나. 그제야 알았다. 나는 다시 파일을 열어 내지를 102쪽으로 맞췄다. 책 앞, 뒤에 들어가는 색지, 그러니까 아무런 글도 안 적혀있는 색지를 넣고 싶어 앞에 두 장, 뒤에 한 장 넣었다. 그렇게 보니 총 102쪽이었다. 내지와 종이 종류에 따라 종이, 책 굵기가 달라지니 세네카라고 하는 책등의 값도 달라졌다. 이미 작업해놓은 책 표지 파일이 있었는데, 늘어난 값으로 다시 수정했다. 그리고 주문을 넣었다.

  12,500원이 나왔다. 이번엔 결제가 안 됐다.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카드 결제가 안 되면 계좌 이체를 해도 된다고 했다. 계좌 이체 후에 전화를 다시 달라고 했다. 크롬에서도 해보고 인터넷으로도 해봤지만 안 돼서 결국 입금을 했다. 확인 전화를 걸자 입금 확인이 됐다며 책 크기를 별도로 표기할 땐 주문 배송 난에 적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아차 싶었다. 그럼 어디다 적으면 되나요? 하고 물어보자 이번엔 자신이 전달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주문 페이지를 보자 바로 옆에 떡하니 메모난이 있었다. 주문서를 몇 번이나 봤는데 그걸 놓치다니. 방황은 끝나지 않았다. 주문을 넣고 한 시간이 지났을까,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이러했다.

  “작업한 파일 잘 받았는데요, 도련선이 안 나와 있어서 표시해 주셔야 해요. 선이 없으면 책 표지 끝이 하얗게 표시되거든요.”

도련선? 분명히 작업할 때 도련선 3mm를 표시했던 기억이 나는데, 일단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다행히 인디자인 프로그램에서 새로 파일을 뽑을 때 도련선 표시 창이 있어 쉽게 뽑을 수 있었다. 파일을 웹하드에 올렸다. 노트북이 과부하 됐는지 잘 돌아가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 이제 좀 쉬어 볼까 했는데 다시 또 전화가 걸려왔다.

  “흑백 인쇄로 요청하셨는데, 색지가 들어가 있네요. 이거는 따로 추가 요금을 내셔야 해요.”

자꾸 이 업체에 전화하기 미안해서 타 업체에 물어봤을 때 면지는 모두 다 내지로 표시해도 된다고 하길래 의심 없이 주문한 게 화근이었다(책 앞, 뒤에 들어가는 종이의 이름을 면지라고 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는 그럼 책을 찾으러 갈 때 지급해도 되겠냐고 말했다. 천 원 정도 추가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는 데, 페이지 수가 이상하다고 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봤더니 내가 설명과 다르게 파일을 덜 첨부 했던 거였다. 1쪽을 1장으로 착각했다. 기사님의 설명 끝에 노란색 면지 한 장, 그리고 제목, 내용, 마지막 홀수 페이지+빈 내지, 노란색 면지 한 장 이렇게 의사소통을 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 이 어렵고도 무궁무진한 책의 세계란. 그것도 독립출판의 세계란. 인쇄의 세계란. 멀고도 험하구나. 독립 출판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됐다. 책을 사랑하지 않으면 못할 일이었으니. 그나저나 잘 나와 주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내 책아. 내 첫 번째 책아, 제발 예쁘게 나와 주렴. 내 예상에서 빗나가지 말고 말이야. 예상치 못한 일이 또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가늠도 못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