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고 싶은 책

2018. 12. 17. 00:29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저번 주 수업 과제로 모두 자신의 책 가제본을 한 권씩 들고 왔다. PDF 파일로만 보던 글과 그림, 그리고 사진들이 한 권에 담겼다. 각자의 이야기를 다 담고 있는 책이 됐다. 간단한 감상평을 들은 뒤 숙제를 내주고 수업이 시작됐다. 3주 차 유통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책을 만든 후에 어떤 식으로 책을 팔 수 있는지 유통 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자신이 책을 만들었던 노동의 대가만큼은 돌려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유통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록 책을 파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느꼈으니까.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란 것도. 당장 어떤 결과를 내는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천천히, 멀리 보고 즐겁게 해야 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난 100부를 뽑을 예정이었다. 근데 책을 읽을 때마다 어설픈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제목과 글이 맞는 건가? 의심이 들 때면 인쇄를 미룰까 고민한다. 어렵게 생각 안 하기로 했으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자꾸만 그저 그런 책이 될까 봐 두렵다. 더 나아지길 기다리며 계속 글과 표지를 수정한다 해도 내 마음에 쏙 들 때가 올까? 잘 모르겠다. 첫 책이니 경험이 없으니 아직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니 말이다. 그럼 음악을 만들던 때를 생각해보자. 피아노 소리, 기타 톤 하나하나 신경 쓰며 이게 나은가 저게 나은가 고민하던 때를. 믹싱을 이렇게 했다가 패닝을 저렇게 했다가 값을 달리하며 지겹도록 듣던 그때를. 그때에도 마음에 딱 맞게 들었던 때가 있었나. 글쎄. 그런 기억은 없다. 대부분 이 정도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 더는 못하겠다, 그러다가 나 죽겠다! 할 때 멈췄다.

  책도 그렇겠지. 계속 읽다가 더 손을 쓸 곳이 없다면 괜찮은 거겠지. 그게 최선이겠지. 다음 주 숙제는 책방에 입고 메일을 보내는 것과 책 11부를 가져오는 거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지만, 난 내 책 100부를 인쇄할 예정이다. 그 전에 지겹도록 읽어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가 쓸데없는 생각을 담는 데 낭비되지 않도록. 그리고 적어도 미래에 나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계속 읽고 또 읽어서 내 생각을 잘 정리해야겠다. 어려울수록 간단하게 생각하자. 난 책을 낼 거고 뒷일은 다음 문제다. 지금은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생각하려니 머리가 아픈 것뿐이야. 이 기회를 후회 없이 마무리하자. 갈 길이 멀지만 차분하게 하나씩 생각하자.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