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출판 신고식

2018. 12. 20. 23:54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책 편집 때문에 하루를 보냈다, 로 시작하는 문장을 쓰고 싶지 않은데 오늘도 그랬다. 어젯밤에 넣은 주문을 취소하고 오늘 오전에 다시 한 권을 주문했다. 3시쯤에 전화가 걸려왔다.

  “표지 파일을 이렇게 주시면 안 되는데요.”

, 데자뷔인가. 책 표지는 도련선까지 계산한 디자인과 파일을 준비해야 하는데, 또 틀렸다. 다 계산했다고 생각했는데.

  “검은 테두리가 잘리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주시면 당연히 잘리죠.”

왜 잘리지? ?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다녔다. 도대체 왜지? 그리고 내지와 면지도 재단 선이 있는 파일을 줘야 한다고 했다. 저번 가제본 때는 따로 기재해 놓은 책 크기에 맞춰서 내지까지 알아서 인쇄를 해줬던 게 생각이 나 따로 작업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기사님은 다시 한번 거듭 강조했다. 원래 인쇄를 넘길 땐 표지 파일 하나, 내지 파일 하나 이렇게 두 개만 올리고 재단 선이 있는 걸 주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난 알겠다고 대답했다. 밖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으나 마음이 급해져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뭐부터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노트북을 켰다. 표지를 수정하는 건 얼마 안 걸렸다. 내지가 문제였다. 퍼블리셔로 작업 한 PDF 파일 안에 인쇄 재단 선을 넣는 법을 모르겠다.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퍼블리셔 안에 있는 검색창을 이용해 봐도 모르겠고. 내가 원하는 크기 115*188보다 큰 용지를 선택 후 재단 값을 입력해 봐도 안 됐다. 이것저것 눌러봐도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머리를 굴렸다. 인디자인을 켜 108쪽짜리 페이지를 만들었다.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를 해서 만들까, PDF 파일을 삽입해 넣을까를 고민하던 중 인디자인에는 내가 원하는 글씨체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 다운을 받았는데도 뜨지 않았다. , 그럼 하나하나 PDF 파일을 뽑아 넣어야겠구나, 고생 시작이었다.

  앞에 2, 뒤에 2장은 면지였으니 크게 손이 가지 않았지만 내지를 넣을 땐 꽤 복잡했다. 퍼블리셔 파일 한 장 한 장을 PDF로 뽑았다. 페이지 순서대로. 뽑은 걸 바로 인디자인 페이지 안에다 끌어서 붙였다. 여기까진 그럭저럭할 만 했다. 세 시간이 걸렸지만. 다 하고 난 뒤 인디자인에서 전체 PDF를 뽑았다. 확인해보니 가제본에 들어간 내지의 여백과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 이걸 어떻게 고치나. 다시 인디자인으로 돌아가 여백 값을 8mm로 줄여도 보고 삽입 위치를 위로도 옮겨봤지만 모든 파일이 일정하게 맞지를 않았다. 온갖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또다시 머리가 하얗게 돼버려 더는 못하겠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게 최선이다, 처음에 뽑았던 파일을 인쇄 사이트에 올렸다. 10시가 넘어있었다. 다시 올리고 전화를 달라던 기사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일 오전에 다시 전화해야겠다. 주말 수업에 가져가야 하니 금요일까지 뽑을 계획으로 작업했던 건데 어쩌면 내일까지 못 받을 수도 있겠다. 하하. 책 한 권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오늘은 정말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왜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직업이 다 세분돼있는 이유가 있었어. 하하. 독립 출판에 발을 담그려고 하니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것 같다. 어딜, 쉽게 들어오려고! 아주 호되게 혼나는 중이다. 내일 또 인쇄소 기사님과 어떤 통화를 할지 무섭다. 내 책, 잘 만들어지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