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주는 파동을 믿으며

2018. 12. 23. 23:52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나만의 책 만들기 4주 차 수업이 끝났다. 이제 더는 추운 겨울 저녁, 찬 바람을 뚫고 외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홀가분했다. 한 편으론 아직 100부 인쇄라는 산이 눈앞에 있으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어쨌든 수업은 잘 들었으니 후회는 없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아주 뼈저리게 느꼈던 한 달이었다. 책 판형을 정하고 내가 원하는 여백에다가 글을 배치하고, 가제본을 뽑아보고 종이 질감도 직접 알아보러 다니고. 표지도 바꿔보고 책방에 난생처음 입고 메일도 보내보고. 퍼블리셔와 인디자인 프로그램이랑 씨름하고. 이 모든 걸 혼자서 하려니 새삼 독립 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 수업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경험을 했다. 그러다 보니 4주가 금방 지나갔다.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글 작업을 마무리해서 내 마음에 드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동안 책을 만들고 싶다,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생각 속에서만 있던 계획을 직접 실천하니 뒤숭숭한 느낌이다. 한 번 책을 만들었으니 또 다른 한 권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이제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무언가를 하나씩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지점에 와있는 것처럼, 어떤 일이든 차근차근히 해나간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일 년이 끝나려는 지금 이 시점에서 책을 만든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만드는 건 내 인생이 확 변하는 일도, 인생 역전을 시켜줄 일은 더욱더 아니지만 작은 물결 하나가 파동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내 인생에 어떤 진동을 줄 테니까. 잔잔한 물결이 주는 힘을 믿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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