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드는 책을 위해

2018. 12. 23. 00:21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오랜만에 코에 바람을 넣었다. 영화도 보고 밖에서 밥도 사 먹었다. 달력 모양으로 표지를 바꾼 가제본 두 권을 찾으러 가는 길에 약속을 잡은 거였다. 표지 재질과 코팅의 여부, 내지 재질과 그램 수를 달리해서 뽑아본 결과 내가 원하는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표지는 랑데부 내추럴 240g, 내지는 미색 모조 120g으로. 코팅은 무광 단면 코팅으로. 디테일을 다르게 뽑아본 표지도 둘 중에 어떤 거로 할지 정했고. 대충 살펴보고 잊어버리려 했다. 집에 돌아가서 찬찬히 뜯어보자, 우선 놀자. 근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놓친 게 있진 않을까. 놀면서도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책을 펴봤다. 맨 처음 가제본한 글씨보다 흐릿하게 인쇄가 돼 있었다. 두 권 모두. 이게 무슨 일이람. 이유를 생각해봤다. 하나는 PDF 파일을 그대로 주고 인쇄소에서 판형에 맞춰 알아서 뽑아준 것이고 두 번째 세 번째 것은 퍼블리셔 내에서 인쇄 선을 표시해 뽑은 거였다. 이것 때문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퍼블리셔 파일을 열었다. 우선 글씨체를 바꿨다. 세명조에서 중명조로. 세명조 서체 자체가 워낙 선이 얇고 흐린데, 100권을 다 이렇게 흐릿하게 뽑을 순 없으니. 중명조는 아주 살짝 굵어지는데 확실히 보기가 좋았다. 가독성이 좋아진 달까. 그리고 표지 글씨체도 중명조로 바꿨다. 자연스럽게 내지 안에 한 번 더 들어갈 제목도 같은 거로 바꿨고. 면지 색상도 확실히 알아 왔다. 흰 종이에 내가 원하는 노란색을 인쇄하는 것보다 밍크지 황색 120g짜리를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게 더 밝고 예쁜 색깔이었다. 우선 이건 가격을 따져보고 결정해야겠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이거다.

1.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읽기

(1-1. 오타나 띄어쓰기 오류가 있나 확인하기)

2. 서체 변경한 PDF 파일 준비해놓기(5-104쪽까지만)

3. 면지를 밍크지 황색 120g으로 할 시에 가격 전화해서 물어보기

4. 주문 넣기

5. 책방 입고 메일 쓰기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몇 번 적었지만, 여전히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다. 힘을 내야 할 일이. 그래도 일주일을 기다리면 내 책이 이 세상에 나온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그 누구도 아닌 첫 번째로 내 마음에 드는 책이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