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원래 서글픈 건가요

2018. 12. 29. 22:56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주문한 책이 왔다. 내 첫 책. 주문을 넣고 제발 아무 문제 없이 잘 나오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했던 내 책이 드디어 왔다. 묵직한 상자를 내 방으로 옮겨 포장을 뜯었다. 제발, 제발, 제발, 속으로 되뇌면서. 100부가 맞는지 확인하며 하나하나 꺼내 세어보는 중이었다. 102부를 보내줬다. 뒷면에 까만 잉크가 번진 한 권을 구석에 빼두었다. 한 권이야 뭐. 주문한 것보다 두 권을 더 보내준 셈이니 괜찮았다. 다시 상자에 집어넣으려고 정리를 하는 도중이었다. 면지가 잘못 들어갔다는 걸 알게 된 건. 면지를 총 네 장, 앞에 두 장 뒤에 두 장 넣어달라고 했는데 주문과 달리 앞에 한 장 뒤에 한 장만 들어가 있었다. 102권이. 눈을 질끈 감았다. , 이걸 어쩌나. 페이지 수를 계산해서 면지를 넣었으니 시작 글 쪽수가 맞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었다. 네 권이 면지 크기가 작게 나와 앞 장에 있는 흰색 종이가 보였다. 이건 또 뭔가.

  별 탈 없이 나오길 바랐던 내 소망을 살포시 무시한 첫 책이었다. 월요일에 인쇄 업체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해야겠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실수라 어이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가 있지. 다시 다 만들어 줄 리는 없을 텐데. 어떻게 하나. 잘못한 건 그쪽인데 내가 조마조마한 이 상황이 싫다. 제발 말이 잘 통해서 완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정말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것 같다. 인생사 어쩜 이렇지. 가뜩이나 아픈 머리가 더 띵해진다. 책 만드는 게 왜 이렇게 어렵고 힘이 드는 거지. 힘이 쫙 빠져버렸다. 주문을 넣고 며칠간 마음 편히 쉬었는데, 다시 또 책 때문에 불편해졌다. 간절히 기도했건만. 책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12일에 새로운 마음으로 책방에 입고하러 가야겠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인생은 정말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어서 즐거울 때도 있지만 힘이 쭉 빠질 때도 있다. 책 한 권 때문에 너덜너덜해지는 내 몸뚱이와 정신을 다잡고 우선 자야겠다. 잘못 나온 건 잘못 나온 거니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고, 내가 항의를 하면 그쪽에서 무슨 말이 있겠지. 그렇겠지. 잘 해결될 거야. 나를 달래며 이만 글을 마친다. 서글퍼서 잠이라도 푹 자야지,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