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 달일 뿐이지만> 첫 입고

2019. 1. 6. 00:25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책방 스토리지 북앤필름에서 판매될 내 책을 입고하러 갔다. 첫 책인 만큼 내 손으로 직접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고는 무조건 분점인 초판서점으로만 가능해서 초판서점에 방문했다. 주인장은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던 책방 사장님이 있을 줄 알고 안부 인사라도 전할까 했는데 다른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책 입고하러 왔는데요. 포장한 책 열 권과 샘플 한 권을 가방에서 꺼내 내밀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처음 본 사이라 어색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책을 조금 둘러본 뒤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사이트에 들어가 내 책이 잘 올라왔나 확인했다. 어쩐지 어딘가 어설픈 책 표지였다. 실물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인 목업 이미지 파일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어쨌든 그 이야기는 뒤로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내 책 표지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표지작업에 공들인 만큼 눈에 잘 띄어서 많이들 읽어줬으면 좋겠다. 표지 변천사를 나열해본다.

 



  첫 번째. 진한 녹색 바탕에 흰 글씨체. 재질은 스노우지. 내 첫 책에는 무조건 초록색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만든 표지다. 단정한 게 마음에 들었으나 비슷한 디자인이 너무 많았고, 내용이 무거울 것 같다는 지인의 평이 마음에 걸렸다


(만화책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펼치면 더 확실하게 보인다. 모든 테두리에 굵은 검은색 선을 넣었다)


두 번째. 달력 모양으로 표지를 바꿨다. 달력처럼 보이게 하려고 책날개와 책등, 책이 접히는 부분에 모두 검은색 진한 테두리를 넣었다. 표지 재질도 바꿨다. 랑데부 내추럴로. 꽤 마음에 들었으나 인쇄소 기사 아저씨가 작업하기 까다로운 디자인이라며 만약 100권을 한다면 꽤 어려운 작업이라고 겁을 줘서 바꿨다



(펼치면 달력처럼 보이게 부분적으로 굵은 테두리를 뺐다)


(이런 느낌)


그래서 세 번째, 책이 접히는 부분에 있는 검은색 테두리를 뺐다. 달력을 넘기는 윗부분만 빼고. 일부러 다른 업체에서 진행했다. 아무 말 없이 해줬다. 표지 코팅을 안 했다. 그랬더니 책이 접히는 날개 부분이 쉽게 까졌다. 그래서 다시 코팅하기로 결정했다.



(달력 같나요?)


대망의 마지막, 네 번째. 인쇄소 아저씨와 논의 끝에 책에 있는 진한 테두리를 모두 뺐다. 한 권은 그럭저럭 맞춰서 뽑아 줄 순 있어도 100권을 모두 똑같이 뽑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표지에 선이 들어간 디자인은 일정하게 인쇄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 그렇구나. 절충안을 찾은 게 바로 굵은 선은 빼고 밑에 얇은 선만 남기는 거였다. 다시 랑데부 내추럴과 무광 코팅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책이다.


(표지 변천사를 한 눈에)


  책방에 입고하면 표지 변천사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 쓰게 됐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초보 독립 출판 제작자지만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후회가 더 클 일이었음을 매 순간 느낀다. 내 생각을 좀 더 분명하게 쓸 수 있는 사람, 나다움이 녹아드는 글을 쓰는 그때까지 열심히 뭐라도 만들 생각이다.

 

https://smartstore.naver.com/justorage/products/4031575165


첫 번째 입고 책방. 스토리지 북앤필름의 구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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