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행은 덤

2019. 1. 21. 00:22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말차라테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갔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붕 뜬 느낌이 들어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정리하러 찾은 거였다(요즘 집에선 도통 집중이 안 된다). 준비할만한 공모전이 있나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을 한 뒤 새로운 책방에 입고 메일을 더 보냈다. 모두 제주에 있는 책방이다. 그중 한 곳에서 책 입고 신청을 받아주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은 뒤 졸다가 책 포장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음악이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가끔 듣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만난 음악이 아닌 내가 직접 듣고 싶은 걸 골라서 듣는 거였다. 이게 뭐라고 다 오랜만이냐.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켜 뭘 들을까 생각하다 god라는 이름이 반가워 새 앨범을 전곡 재생했다.


난 학창시절 열렬한 동방신기 팬이었으나 지오디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기에 자연스레 음악을 자주 접했다. 테이프도 살 정도였다. 내가 중학교 때만 해도 테이프가 있었다. CD보단 저렴해서 동방신기의 모든 앨범은 CD로 사고 다른 가수들의 앨범은 테이프를 사던 기억이 있다. 20주년 앨범이라는데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끝났던 친구도 생각나고. 별로 떠올리고 싶진 않았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어떤 분위기나 향수를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때 자주 걷던 길. 교복을 입고 가파른 학교 언덕을 오르던 거나 친구의 집에서 놀던 기억. 사춘기 시절의 예민한 감수성과 미래에 대한 걱정, 그때 좋아하던 노래까지 모두 다 불러왔다. 신기하게 다 기억이 났다. 바람처럼 불어왔다. 내 모습은 그대론데 장면만 바꿔치기한 것 같았다.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음악이 이렇게 무서운 거다. 과거 체험 같다. 자주 듣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나도 모르게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오늘도 그랬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포장을 하니 금방 끝난 것 같았다. 노래에 집중하다 보니 삐뚤빼뚤한 것 같기도 하고. ‘모르죠라는 노래를 좋아해서 새로운 버전과 옛날 버전을 번갈아들었다. ‘2’, 두 개의 문도 들었다. ‘익숙한 낯선 사람’,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등을 들었을 땐 캬아, 나도 모르게 머리를 쥐고 탄성을 내뱉었다. 이미 컴퓨터를 켠 상태였다. 핸드폰 스피커가 아닌 내 모니터 스피커로 제대로 크게 듣는 중이었다. 당분간 과거 여행을 좀 해야겠다. 지오디 노래로 시작해서 쿨 노래도 듣고, 장나라도 들어야겠다. 숨 좀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다시 시작해야지. 이젠 날 생각하면서 살아야지. 다른 누구보다. .

 

아, 잠깐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책방 입고 리스트를 정리한다

 

첫 번째 책방 스토리지 북앤필름

https://smartstore.naver.com/justorage/products/4031575165


두 번째 책방 다시서점 

https://smartstore.naver.com/dasibookshop/products/4070527157 (네이버스토어)

https://www.dasibookshop.com/product/untitled-2031 (홈페이지)


세 번째 책방 라이킷   

https://www.instagram.com/likeit.jeju/ (인스타그램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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