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함과 게으름

2019. 2. 7. 00:30에세이 하루한편


하루를 나태하게 보냈다. 늦게 자고 아침 일찍 소음 때문에 깨서 뒤척이다 다시 잠들어 11시까지 잤다. 인터넷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아침 겸 점심을 먹으니 오후 3시가 다 됐다. 글을 쓰자, 집중하려고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 왔다. 다시 집안을 환기하고 책상 앞에 앉았지만 왜 이렇게 딴생각만 드는지. 결국 수첩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몇 줄 쓰다가 인터넷 서핑을 했다. 커피를 마셨지만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흐지부지 보냈다. 아까운 내 시간. 시계를 사고 싶어 여기저기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찾아봤다. 그러던 중 특이한 시계를 봤다. 시침이 ‘remember’, 분침이 ‘you will die’라는 글씨로 된 시계였다. , 괜찮은데? 어차피 사고 싶어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할 거기 때문에 우선 찜하기를 눌렀다. 매일 저 시계를 차고 지낸다면 일 분 일 초가 소중해서 안절부절못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언젠간 죽을 거라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어떤 순간일 거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갑자기 찾아올 거라는 것도. 청춘 페스티벌에서 가수 요조가 한 강연을 듣고 난 이후였다. 회사를 정리하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결정을 한 지 두세 달이 된 시점이었다. 자연스레 현재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기도 했다. 여행하며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런 생각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 태도는 본능대로 살자는 게 아니다. 열심히 살지 않겠다는 뜻도 아니고. 단순히 말하자면 미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타협하고 살지 말자는 거다. 지금 누릴 건 누리자, 나를 기쁘게 만들어 줄 일 몇 가지는 하면서 살자는 뜻이다.

그러니 이렇게 하루를 보낼 때면 참 허무하단 생각이 든다. 내 하루가 이렇게 흘러버렸으니. 이왕 지나간 시간이니 내일을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곤 다짐한다. 본능적으로 사는 것과 현재에 충실하게 산다는 것을 혼동하지 말자. 나태함과 게으름을 헷갈리지 말자. 그리고 언제나 기억하자. 나에게 마지막일 수 있는 모든 순간을. 그럼 조금 더 열심히 살게 되겠지. 나태함을 반성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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