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Marguerite, 2015) / 진실의 무게는 엄청나다

2018. 8. 12. 11:20글쓰기 우당탕탕/ 나만의 영화잡지




  1920년대 프랑스 파리. 뒤몽 남작(앙드레 마르콩) 저택에서 자선 음악회가 열린다. 마지막 차례는 항상 남작 부인인 마가렛트(까뜨리느 프로)다. 쫙 빼입은 반짝이 드레스에 공작 깃털을 머리에 두른 이 여인은 프로 뮤지션 같다. 오페라 '마술피리' '밤의 여왕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노래랄까. 그녀는 열심히 부르지만 앞에 앉아 있는 음악클럽 회원들은 웃음을 참느라 애쓴다. 아이들은 식탁 밑에, 어른들은 다른 방으로 숨기 바쁘고. 그녀는 사실, 음치다. 본인만 모르는 음치. 회원들은 후원금 때문에 그녀에게 거짓 찬사를 보낸 것 일뿐 뒤에선 그녀를 무시하고 모욕한다.

  기자 루시앙(실뱅 디유에드)은 몰래 음악회에 참석했다 그녀의 음악을 듣는다. 그는 그녀의 돈을 노리고 호감을 사고자 그녀가 위대한 소프라노인 것처럼 기사를 쓴다. 그녀는 기사를 있는 그대로 믿어버리고 그에게 줄 선물을 챙겨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의 찬사에 자신감을 얻은 마가렛트, 정식 콘서트를 열기로 결심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내겐 너무 완벽한 그녀


 


  

  그런 마가렛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뒤몽 남작은 도대체 왜 그러냐며 화를 낸다. 그녀를 괴물로 여기며 바람을 피우고 눈길을 돌린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은 외로움으로 가득하다.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고 그의 시선을 끌려 노력하는 것이다. 노래를 하는 이유는 하나, 남편 때문이다.

  하지만 마가렛트를 진심으로 위하는 이가 있다. 하인 마델보스(드니스 엠풍가)는 그녀를 보필하며 그녀가 요구하는 사진을 찍어준다. 그녀를 위한 사진작가이자 친구랄까. 유일하게 교감을 나눈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마델보스는 공연을 앞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게 인도춤을 알려준 스승께서 늘 말씀하셨죠. 완벽이란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위대함과 아름다움으로 일에 임하는 자세라고요.

 


 

  그러곤 평소 그가 다루던 카메라 스탠드에 관객을 그려 넣은 그림을 올려놓는다. 마치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것 같이. 가득 찬 관객들은 모두 웃고 있다. 그는 그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모두들 눈치 챘겠지만 마가렛트는 음악을 사랑하지만 잘 하진 못한다. 노래를 열심히 할수록 우스꽝스러울 뿐. 어떻게 보면 뻔뻔스럽기도 하고 긍정적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이나 태도까지 우습다고 할 순 없을 거다. 그녀의 음악이 우리가 정해놓은 완벽이라는 기준에선 터무니없이 멀지만, 마델보스가 스승에게 배운 완벽의 뜻에는 오히려 가깝다. 어떤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닌 그것을 해내려고 하는 자세가 완벽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따지면 마가렛트,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진실의 무게

 

  페지니(미카엘 파우)에게 스파르타식 레슨을 받으며 만반의 준비를 한 마가렛트,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첫 음을 떼는 순간 관객들의 기대는 무너진다. 극적으로 달라진 노래를 들려 줄 것 같았지만 아니다. 관객들 모두 비웃는다. 이거, 첫 장면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무대 위에서 객석에 있는 남편 뒤몽을 바라본 후, 그야말로 완벽한 목소리와 호흡으로 노래를 부른다. 아주 잠깐이지만. 노래를 마저 다 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진 그녀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다.

  연습의 후유증일까,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가 된 것처럼 기억 이상 증세를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것이냐, 그 환상을 지켜 줄 것이냐 이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한다. 남편 뒤몽은 부인에게 진실을 말하면 안 된다고 의사와 마델보스에게 지시하지만, 결국 그녀는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환상 속에 살고 있는 자와 현실 속에서 환상을 품고 사는 자가 있다면,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마가렛트는 영화 초반부터 자신의 환상 속에 사는 인물이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내려진 커튼 뒤, 쓰러진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 그대로 생을 마감할까, 아님 진실을 마주하며 살아갈까. 후자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언제나 진실을 마주하고 그 무게를 감당하기는 어려우니까때론 거짓이, 환상이 더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