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8 (Ocean's 8, 2018)/아홉 번째 멤버로 날 뽑아주길!

2018. 8. 17. 00:00글쓰기 우당탕탕/ 나만의 영화잡지




데비(산드라 블록)가 가석방 되자마자 왕년에 좀 놀던 언니들부터 새로운 언니들까지 모은다. 믿음직한 동료 루(케이트 블란쳇)를 시작으로 디자이너 로즈(헬레나 본햄 카터)부터 보석전문가 아미타(민디 캘링), 소매치기 콘스탠스(아콰피나)와 해커 나인 볼(리아나), 범죄에 손 떼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태미(사라 폴슨)까지. 이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패션 행사에 참석하는 톱스타 다프네(앤 해서웨이)의 목에 걸린 1500백억 원의 다이아몬드 투생을 훔치는 계획을 짠다. 성공하면 그야말로 소리 나는 금액인거다.



1500백억이 얼마 인고 하니, 무려 1694250억 원이다. 상상도 안가는 금액이다. 성공하면 n분의 1을 하는 것이니 이 작전, 정말 할 만 한 거였다. 과연 이들은 성공 할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밋밋한 스토리 전개


(다프네와 클로드 베커)



(빠지면 섭한 투생 목걸이)

 

  영화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된다. 목걸이를 훔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훔친 이후도 그렇다. 가장 큰 위기는 보험 수사관인 존 프래지어(제임스 코드)투생의 범인으로 데비를 의심하는 것인데, 그녀는 그와 거래를 하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면서 거래를 제안하는데, 용의자로 클로드 베커(리처드 아미티지)를 지목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다프네의 파티 파트너 이기 전, 그녀를 감옥에 가게 한 옛 남자친구였던 것. 데비의 복수는 사실 그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초반부터 어떤 제안을 하면 그 누구도 거절의 의사 없이 승낙해버려 이야기가 술술 흘러간다. 갈등도 없다.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일이 생긴다거나 일이 더 꼬이는 것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좀 심심하지 않을까 싶다.

  큰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사실도 다른 영화에 비하면 타격이 크지 않다. ‘, 그랬어?’정도 랄까. 눈치 챘겠지만 글에 소개된 악당은 7명인데 영화 제목은 오션스8이다. 다프네가 모든 작전을 알면서도 속아준 척 했으니 8번째 멤버로 합류한다는 것이 첫 번째 반전이고, 두 번째는 목걸이 투생만이 이들의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감안하고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비로소 8명이 됐다)

 

 

매력적인 악당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는 이미 많지만 이 영화 속 캐릭터들도 만만치 않다. 해커면 해커, 소매치기면 소매치기, 각 분야에서 뛰어나고 '절대 감옥에 들어가지 않아.' 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뿜어내는데 밉지 않다. 거기에 옛 애인에 대한 복수심까지 불타오르니 어라? 판이 커지는데 무섭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기도 하지만 그 전에 여성이 8명씩이나 주인공인 영화다. 그동안 수많은 악당 중에서 여성이 8명이나 악당인 영화는 보지 못했다. 8명의 주인공이 모두 여성인 영화도. 그러니 여러모로 의미 있는 영화인 것이다. 그게 악당일지라도. 무엇보다 그들은 당당하다.

그들은 칼과 총 없이도 범죄 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남자들의 세계 속에선 볼 수 없던 섬세함과 재치가 돋보이며 색다른 서사를 만들어낸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서, 아이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등등 이 범죄에 참여하게 된 개인의 욕망 또한 제각각 이유가 있으며 납득할 만하다.

  무엇보다 흔한 범죄 영화에서 남자의 액세서리처럼 나오는 모습이 아니어서 좋다. ‘투생목걸이를 훔친 후 의심 받지 않기 위해 파티에 초대된 사람 인 것처럼 차려입고 파티 장소를 빠져 나가는 장면이 있다. 7명의 분량으로 나눈 목걸이를 분해해 누구는 귀걸이를 하고, 누구는 팔찌를 해서 레드카펫을 걸어 내려온다. 각각 다른 액세서리를 하고 보여주는 장면은 멋있었다. 누군가의 아름다움으로만 존재하던 여성들이, 강요가 아닌 그들 스스로가 꾸미고 나타나서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말하는 것 같다. 당당한 모습이 좋았다.



(지하철 장면)


  또 한 탕이 끝난 후 8명이 지하철에서 각각의 미래를 생각하는 장면을 한 명씩 보여주는데 그게 가장 좋았다. 잘 먹고 잘 사는 여성들. 비록 도둑일지라도, 통쾌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이상 범죄 영화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션스8이 시사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어서 빨리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