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세요!

2019. 2. 19. 23:56에세이 하루한편

 

면접을 보고 왔다. 다음 주부터 일하기로 했다. 더 물어볼 거 없냐는 말에 자신 있게 없다고 대답했는데, 막상 가게를 나오니 몇 가지가 떠올랐다. 왜 질문은 항상 어떤 상황이 끝날 때야 생각이 나는 걸까. 적어놨다가 다음 주에 물어봐야겠다. 이대로 집에 가기는 외출한 게 아까워 녹사평역으로 갔다. 여행기에 적을 가게들을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한신옹기와 포린북스가 목적지였다. 한신옹기에선 작은 찻잔을, 포린북스에선 셰익스피어의 책 한 권을 샀다. 모두 잘 봤다는 뜻의 표시였다. 사진을 많이 찍었으니 맨손으로 나오기가 뭐해서 고른 거지만, 둘 다 맘에 든다.

뭘 사야 할지 한참을 둘러본 책방에서 셰익스피어 코너로 갔다. 대학생 때 듣던 영어 강의가 생각났다. 교수님은 자신이 영문학을 전공했다며 가끔 예문을 들 때 소설의 원문을 읽었다. 아예 자료를 준비해서 커다란 컴퓨터로 보여준 적도 있었다. 영어로 듣는 문장은 새로웠다. 지금은 쓰지 않는 영어를 듣는 건 더더욱. 모국어로 적어 내려간 가장 진실한 언어를 들었던 경험이었다. 그 기억이 나서 셰익스피어 책을 사고 싶었다. 이것저것 들춰보다 고른 건 이거다. 책 제목은 as you like it, 해석하자면 뜻대로 하세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제목이 맘에 들었다.  

천천히 읽어봐야지. 그냥, 뜻대로 살고 싶어서 샀다. 뜻대로 하세요! 또는 좋으실 대로! 그렇게 살아야지. 내 뜻대로 살고, 나 좋을 대로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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