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이유

2019. 2. 22. 23:57에세이 하루한편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제주 321, 서울 44일로 예상했다. 딱 한 달 뒤면 흐드러지게 꽃이 핀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건지 낮 기온은 오르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랬다. 한낮을 지나, 오후 네 시까지는 포근했다. 미세먼지만 기승을 부리지 않는다면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들떠 춤을 출 지경이었다. 겨울보단 여름, 여름보단 봄가을을 좋아하는 나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게 좋다. 그걸 직접 체감한다는 것도 좋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을 상상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긴 겨울의 끝에 와있다. 곧 춥다는 말보단 일교차 때문에 선선하다, 쌀쌀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날이 되겠지.

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길고 긴 겨울을 지나 피워낼 꽃이 기다려지는 것도 있지만, 그 장소가 제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얼마 전 2019 북 페스티벌 책 있수다에 참가 신청서를 넣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핑곗거리를 대고서라도 제주를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4월의 제주를 느끼러 가자고 다짐하면 마음이 한없이 들뜨고 마는 거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제주의 봄이다. 맨날 뜨거운 여름에만 가봤으니 봄의 얼굴도 보고 싶다. 그래서 자꾸만 달력을 넘긴다. 그때까지 내가 해야 할 것들을 곱씹는다. 아르바이트, 그 전에 써놔야 할 여행기, 써야 할 글 주제 찾기. 마음이 간질거린다. 봄은 언제나 그렇다. 이유 없이 들뜨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 어떤 생명력이 내 안에서도 움튼다. 그럼 새로운 마음으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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