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를 말해보자면

2019. 2. 23. 23:58에세이 하루한편


카페에선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두운 노란 조명이 실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3층까지 이어진 카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실내가 울릴 정도였지만 저녁때가 되자 한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너에게 이런저런 말을 했다. 너는 내 어떤 말도 잘 들어주었으므로. 좋아하는 것을 하되 돈을 못 벌며 사는 것과 재미없는 일을 하더라도 꼬박꼬박 돈을 버는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갈수록 안정적인 삶이 뭔지,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떤 상태는 상대적이고 의미와 결론을 내리는 건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너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대화 주제를 이어 가기도 했다. 난 일 년을 그냥 이렇게 살 거야. 불안하더라도 이렇게 살 거야, 몰라. 그 때 음악이 들렸다. 차분해진 분위기에 소음처럼 대화에 묻혀있던 어떤 소리를 그제야 느꼈다. 어디선가 한 번 들어본 멜로디였다이거 좋다너는 노래 제목을 알려줬다. Pink Sweat$의 <Honesty>라고 했다기타 선율에 목소리 하나일 뿐인데 꽉 찬 느낌이었다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 라인이 강했다좋다

대화가 잠시 멈췄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울려 퍼지는 음악에 집중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꽤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때였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랑 있을 때만큼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새로운 걸 시도해도 겁이 나지 않고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머리를 말린다. 입고 간 옷을 베란다에 걸어놓고 글을 쓴다. 다시 <Honesty>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어떤 느낌이 스친다. 뭔지 모르겠지만 내 앞에 놓인, 날 기다리는 것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용기가 생긴다. 이유를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순 없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요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 너는 나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란 것. 그래서 때론 대화가 끝나면 아주 먼 길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 같기도 하고 먼길을 떠나기 전 한 발을 막 떼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 것. 내가 무엇을 하든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응원을 보낼 사람이라는 것.        

'에세이 하루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흐르는 대로  (0) 2019.02.25
가끔은 현실이 더 소설같아  (0) 2019.02.24
봄을 기다리는 이유  (0) 2019.02.22
새 신발이 찾아온 날  (0) 2019.02.21
일상의 부재(不在)  (0) 2019.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