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 좀 하겠습니다 – 김규림

2018. 8. 16. 00:00글쓰기 우당탕탕/나는야 독서쟁이

  요즘 우리의 손에 가장 자주 들려있는 것, 일어날 때부터 잘 때까지 곁에 있는 것을 꼽으라면 스마트폰 일거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핸드폰의 용도는 문자와 전화, 카메라와 게임 정도였는데, 요즘은 아니다. 무궁무진한 정보와 세계가 손 안에서 펼쳐지니 스마트폰을 안 쓰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이제는 쏟아지는 정보를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만 얻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곤해지니까. 나도 그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 중 한명이다. 가능하면 핸드폰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쓰는 핸드폰은 아이폰 6s인데, 항상 블랙베리에 대한 열망(?)이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제한적이라는 건데, 속도도 느리고 사용 할 수 없는 어플리케이션이 많아서 SNS 메신저나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게 힘들다. 나는 그 점이 좋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시대를 역행하네.’, ‘왜 고립되려고 해?’라는 농담식의 말을 듣지만 난 그 고립이 참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핸드폰을 바꾸게 되면 문자, 전화, 카메라, 음악과 지도 어플리케이션 이렇게만 사용하고 가끔씩 인터넷 검색을 할 생각이다. 내년 초에 계약이 끝나면 바꿔야지. 정말 불편한지, 예상을 깨고 나에게 잘 맞을지는 써보지 않는 이상 모르니.



 

  이 책의 작가 또한 핸드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나 보다. 우리가 이렇게 피곤한 이유는 24시간 로그인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네이트온 같은 메신저는 로그인/로그아웃의 개념이 있어서 서로가 동시에 로그인 했을 때만 대화가 가능했는데, 요즘은 로그아웃의 개념이 딱히 없다는 거다. 정말 그렇다. 로그아웃이 없는 상태인 우리는 항상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주말 내내 핸드폰을 끄고 과감히 로그아웃을 했는데, 48시간의 기록을 담았다. 귀여운 그림체와 쉽게 읽히지만 공감 가는 글들이 가득한 책이다. 단순히 핸드폰의 사용을 줄였다, 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 주변 사람의 근황에 둘러싸여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할 수 없다. 그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채운 경험담이다. 작가는 그 경험을 통해 충만한 시간이었다고 표현한다. 그 느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나도 틈틈이 로그아웃 해야겠다. 내년엔 블랙베리로 바꿔서 제대로 로그아웃 해봐야지. 스마트폰 로그아웃,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트루먼 쇼>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한 표지가 무척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