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이름을 알고 나면

2019. 3. 29. 23:38에세이 하루한편


산책을 하다 나무에 꽃이 핀 것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은은한 향이 바람 따라 풍기는 게 너무 좋았다. 아니, 향기 때문에 발걸음을 멈췄다고 하는 게 맞겠다. 킁킁. 나도 모르게 나무 앞에 서서 향기를 음미하고 있었다. , 좋다. 봄이구나. 하얗고 분홍색인 꽃이 소담히 피어있었다. 옆에는 목련이 피었고. 가만있어보자. 이게 매화인가 벚꽃인가. 며칠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매화와 벚꽃의 차이에 대한 글이 떠올랐다. 차이점은 이렇다. 매화는 꽃잎이 둥글지만, 벚꽃은 오목한 홈이 파여 있다. 매화는 나뭇가지에 피어나고 벚꽃은 나무와 가지 사이에 있는 기다란 꽃자루에서 핀다. 매화의 향은 강하지만 벚꽃은 거의 없다. 개화 시기도 다르다. 매화는 2월 말부터 피고 벚꽃은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핀다. 내가 본 건 매화다.

너의 정체는 매화로구나. 사진을 들여다보며 꽃의 모양을 봤다. 나뭇가지에 꼭 붙어서 피어나는 걸 보니 매화가 맞았다. 역시 그 향기는 매화 향이었구나. 은은하게 퍼지는 게 아카시아 꽃향기랑 비슷했다. 매화랑 벚꽃은 맨날 헷갈렸는데 이제 확실히 알았다. 꽃 하나 구분할 수 있는 게 이렇게나 기분 좋은 일이라니. 마치 얼굴만 지내던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된 후 대화를 몇 마디 나눈 느낌이랄까.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아직 알지 못하는 이름이 많다. 꽃 하나하나, 나무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게 되면 얼마나 더 기뻐질까. 자연의 이름을 알게 된다는 건, 직접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 우연히 매화를 만나면 향기에 기뻐하고 아름다움에 감탄할 것이다. 그리고 매화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만큼만 매번, 더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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